사우디 석유장관 "왜 우리가 줄여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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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장관 "왜 우리가 줄여야 하느냐"
  • 정택근기자
  • 승인 2014.1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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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유가 하락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1400원대인 주유소가 등장했다. 11일 오전 11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평택시흥고속도로변 한 주유소 가격 안내판에 휘발유 가격이 1498원이라고 적혀 있다.

[코리아포스트=정택근기자]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10일(현지시간) "왜 우리가 생산을 줄여야 하느냐?"라고 공개적으로 반문한 것을 두고 사우디가 그간 견지해온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생산량을 조정해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당사자)' 기조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다.  

알-나이미 장관은 이날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와중에 기자들과 만나 그같이 말했다.  

그는 기자들로부터 '유가가 계속 떨어지는데, 내년 6월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회동에서 감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분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왔을테니 시장 논리를 잘 알 것"이라고 말문을 떼면서 "모든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내리기 마련"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왜 감산해야만 하느냐"라고 거듭 반문했다.

로이터는 사우디가 지난달 27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 회담 때 석유 재정이 특히 심각한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및 오만 등 동료 걸프협력협의회(GCC) 산유국을 규합해 생산 쿼터 동결을 관철했음을 상기시켰다.

로이터는 OPEC 결정 이후 유가가 배럴당 약 13달러 더 떨어졌음을 지적하면서 따라서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은 사우디가 더는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OPEC 역외국으로 사우디에 버금가는 산유량을 유지해온 러시아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스윙 프로듀서 역할은 해오지 못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은 감산을 위한 OPEC 특별회동이 필요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리마 회동에 참석한 라미레스 장관은 10일 로이터 회견에서 "내년 1분기 유가 추이를 보고 OPEC 긴급 회동이 필요한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집할지는 OPEC 순회 의장국인 나이지리아의 판단에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가 약세가 베네수엘라만의 걱정이 아니다"라면서 "OPEC 모든 회원국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나이지리아도 유가 폭락으로 통화 가치가 무너지는 등 경제·금융 난이 심각하다.  알-나이미 장관은 사우디가 지난달 하루 960만∼970만 배럴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원유가 필요하다'라고 말할 때까지는 지금의 생산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감산 의향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AP 통신은 10일 시장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가가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이번 주 안에 배럴당 60달러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WTI는 이날 2.88 달러 더 떨어져 60.94달러에 마감됐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가 지난 9일 전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보고서는 OPEC가 더는 존재 의미를 잃었다면서, 이 추세면 유가가 머지않아 50달러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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