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숙 선임기자의 고어(古語)로 세상읽기] '시절이 하 수상하니' ...의료계조차 믿을 수 없는 수상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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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숙 선임기자의 고어(古語)로 세상읽기] '시절이 하 수상하니' ...의료계조차 믿을 수 없는 수상한 현실
  • 윤경숙 선임 기자
  • 승인 2019.04.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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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윤경숙  선임 기자] 조선 인조 때, 청음 김상헌이 병자호란 중 청나라 포로로 끌려가면서  지은 시조다.

이 가운데 '시절이 하 수상하니'란 표현은 현재까지 좋지 못한 사건 사고가 많은 경우에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대중적으로 인용되는 표현이다.

필자가 주변 사람들과 한 때 이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시기가 바로 세월호 사건 당시였다. 사회적, 개인적 충격이 한 참인 때는 진짜 시절이 하 수상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최근 이 표현이 다시 필자의 가슴에 요동을 치는 소식들에 그저 진저리를 칠 뿐이다.

이달 초 본지는 가천길병원 환급금 횡령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병원이 수년 동안 환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환급금을 환급하지 않고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취재 단서였다.

연이어 국내 종합병원에서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를 떨어뜨려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사뭇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은 필자에게 수상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대처하는 병원 측의 태도가 더 가관이었다. 

가천 길 병원의 경우 논란의 대상이 되자 언론사에 '직원 개인의 비위' 문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본지 기자가 해당 병원 홍보실에 '어떻게 수년간 직원이 환급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을 필두로 추가 질문지를 넣었으나 홍보실에서는 배포한 보도자료가 전부라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더욱이 해당 홍보실 팀장은 전화도 받지 않았고, 카톡 메시지에도 확인만 할 뿐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았다.

횡령 사건은 사회 곳곳에서 자주 접했던 화두다. 하지만 환자의 상처를 보살피고 안녕을 기약해야 하는 병원이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편취하고도 직원 개인의 비위로 책음을 미루어버리는 병원의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사 결과가 직원 개인의 비위 문제라고 결론이 나면 정작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출산 과정에서 일어난 신생아 사망 사건 역시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의료진들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응 태도에서 전 국민이 공분했다.

의료진들은 신생아의 부모에게 의료진이 실수로 떨어뜨린 것을 숨긴 채, 신생아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는 허위 소견을 냈다.

그날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의료진들 전원은 모두 공법이 된 셈이다.

의료계만큼은 부디 '시절이 하 수상하니' 란 표현이 적용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은 이젠 감상에 지나지 않은 헛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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