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영업손실 사상 첫 2조원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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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 영업손실 사상 첫 2조원대 손실
  • 이경열 기자
  • 승인 2015.01.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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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폭락' 4분기에만 1조원대 영업손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국내 정유 4사가 본업인 정유사업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2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등유·벙커C유를 생산하는 정유사업뿐만 아니라 파라자일렌·톨루엔 같은 석유화학 제품이나 윤활유를 팔아 돈을 번다.

2014년 1∼3분기 업체별 정유부문 실적을 보면 SK이노베이션 4천60억원 적자, GS칼텍스 4천16억원 적자, 에쓰오일 3천923억원 적자를 냈으며 현대오일뱅크만 1천792억원의 흑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적자는 SK에너지(울산공장)와 SK인천석유화학(인천공장) 실적을 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3분기까지 이미 1조20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4분기에 유가가 폭락하면서 재고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손실 규모가 연간 2조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1위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5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돼 3분기까지 손실을 더한 금액(4천60억원)보다 많고,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SK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인 SK에너지 4분기 영업손실을 4천987억원, 현대증권은 5천681억원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GS칼텍스도 4분기에만 4천억원 상당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수치는 정유부문 적자를 석유화학 부문과 윤활유·기타 수익으로 보전했을 때 금액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의 4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 또한 5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에쓰오일은 4분기 영업손실이 2천억∼3천억원대로 예상돼 같은 기간 정유부문 영업손실은 적어도 3천억원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정유사업이 매출의 93%를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누적금액이 1천792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 '저유가 폭탄'을 피하지 못해 겨우 적자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부문의 1∼3분기 누적적자보다 4분기 석 달 동안 적자 규모가 더 컸기 때문에 대략 계산해도 2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4분기인 10월1일 93.52달러에서 12월31일 53.60달러로 석 달 동안 무려 40달러가 하락했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 취득가보다 시장가가 낮으면 그만큼 자산가치가 줄어 손실이 늘어나기 때문에 40달러 하락은 정유사들에게 '재앙 수준'의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정유부문에서 조 단위 적자가 나면서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 수익으로도 보전이 안 돼 SK이노베이션은 1977년 이후 37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2008년에 이어 6년 만에,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시설 상업 가동 첫해인 1980년 적자를 낸 이후 처음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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