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가 아니라 일관된 평화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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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가 아니라 일관된 평화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 서보혁(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 승인 2019.11.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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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선희와 미국의 비건은 12월에 만날까?

서보혁(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한해를 되돌아보며 조용히 마감하려 한다. 그러나 적어도 두 사람은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 두 사람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와 미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스티븐 비건이다. 비건은 부장관 지명 청문회에서 최선희가 자신의 대화 상대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크리스마스 휴가를 반납할 의사를 보였다.

▲ 스티븐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지난 2월 27-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양측은 대화를 계속 해나가는 데는 공감하였다. 그러나 북한측은 내부 검토 이후 공세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4월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노 딜(No deal) 끝난 하노이 회담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고 “미국이 …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합니다.”고 주장했다.

▲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이어 그는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그 이후 북한측 인사들이 내놓은 언사들은 모두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반복, 강조하는 것에 불과했다. 또 북한이 10여 차례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 하에 최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섬에서 포사격도 감행하였다.

▲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선희 부상은 11월 20일, 러시아 방문 일정 중에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 탁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하였다. 비핵화는 물 건너가는가? 북한은 미국에 공을 넘겨놓았다. 하노이 이후 7개월여 만에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들이 스톡홀름에서 만났다. 미국측은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 대가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그리고 4대 무역품에 대한 제재 유예를 제시했지만 북한측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 합의를 요구했지만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신 북한측 대표는 미국에 한미합동군사연습,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적대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미국의 일괄접근 대 북한의 단계적 접근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그간의 경제•핵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발표하였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강성국가’ 건설의 최고, 최후의 과제인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차례의 핵•장거리사일 실험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파상적인 제재에 묶여 그런 노선의 실현은 난망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포기와 경제건설을 교환하려 하는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결정집단의 주류는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을 의심하고 지속적인 제재가 북한의 행동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협상팀의 생각과 다르다.

▲ 4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회의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오른쪽)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최선희와 비건의 어깨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연말로 좁혀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셈법” 제시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고 “새로운 길”을 예고해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의 타협점으로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받아들이는 대신 핵동결 및 영변 핵시설 사찰에 응하는 안을 검토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핵분단체제의 장기화와 비핵평화체제 수립 사이에서 보다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아니라 일관된 평화주의적 접근을 전개하는 것이 당당하고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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