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 테마에세이] 내인생의 아이돌 …내게 빠순이 유전자를 몰빵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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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테마에세이] 내인생의 아이돌 …내게 빠순이 유전자를 몰빵한 할머니 
  • 이미영 객원기자 [ 영문학박사 ]
  • 승인 2020.02.24 19:08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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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양준일이 롯데홈쇼핑과 함께 하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음악교육 장학금'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가수 양준일이 롯데홈쇼핑과 함께 하는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음악교육 장학금'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영 객원기자]  '존경은 남의 인격, 사상, 행위따위를 받들어 공경함'을 의미한다.

◇숭배
필자의 할머니에 대해 ''나는 할머니를 존경한다'' 는 표현은 뭔가 부족하다.  '나는 할머니를 맹목적으로 존경한다'. 이제 마음에 든다. 필자에게 할머니는 우상과 같은 존재이다.

할머니의 닉네임은 '척척박사'. 최소한 필자의 눈에는 말이다. 시대를 앞서간 신 여성, 산부인과, 소아과 전문의. 멋지다. 있어보인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 장학퀴즈' 라는 프로그램이다.

'MBC 장학퀴즈' 는 1973년 2월 첫방을 시작으로 1996년 10월에 종영된 장수프로그램이다. 고등학생들의 실력을 겨루는 순수 교양프로그램의 취지로 인기는 급속하게 치솟는다.
 
정동 MBC 공개홀 앞은 수천명의 열혈팬(주로 고교생들)들이 녹화를 보기위해 진을친다. 녹화가 있는 매주 토요일은 아수라장이 된다. 방송국 수위아저씨들은 빗자루로 팬들의 줄을 세우고, 심지어 청원경찰까지 동원되었다니 흥미롭다. 공개홀이 콘서트장도 아닌 퀴즈프로그램 녹화장이라는 점은 더 흥미롭다.

척척박사 할머니도 장학퀴즈 열혈팬이셨다. 할머니는 문제를 꽤 잘맞추셨다. 문제를 잘 맞추셔서 팬이 된것같다. 하지만 좀 신기하지 않은가. 퀴즈프로그램 열혈팬이 매주 몇천명씩 모이다니.  하필 그들은 왜 어려운 퀴즈 프로그램 팬이 되었을까.

그렇다. 화려한 가수도, 배우도, 운동선수도, 입에 딱 맞는 짜장면집도 팬이될 수 있는 대상이다. 장학퀴즈도 그렇다. 단 대상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수 있다면 말이다. 
 
''팬으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왕진중에 교통사고로 절름발이가 되신 할머니는 늘 라디오를 듣고 계시거나 T.V 를 보셨다. 신문과 '선데이서울' 잡지는 늘 할머니 옆에 같이 앉아있었다. 

“가수 ㅇㅇ 가 x x 한테 인사안했다고 뺨을 맞았다네... 
  ㅇㅇ는 대마초로 끝이났지 모야.  ㅇㅇ노래 가사가 퇴폐적이라고 방송 금지됐어. 지난주에 신곡이 나왔는데 기가막혀, 금방 뜨겠어. “

 정말 그 신곡은 금방떴다. 신기했다.

 “꼭 기집애야! 얼굴은 그냥그래. 근데 희한해, 가창력은 좀 떨어지는데 신선한 매력이 있어,  가사가 한편의 음유시야 ,  한국판 마이클잭슨이야 , 춤이 아주 세련됐어 , 자연스러워 , 영어를 많이 써서 방송금지됐다네 , 어찌어찌 해서 미국갔다잖아 ” 등등

 늘 그랬듯이 필자가 처음 양준일을 알게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표현한 양준일은 내느낌과 같았다. 할머니와 필자는 음악에 한해서는 항상 의견이 일치했다.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은 양준일의 원조팬이었다. 얼마나 앞서간 신여성인가. 할머니의 찐팬인 필자역시 그렇게 그의 팬이 되었다.

◇팬 
 영어로 'fanatic' 은 '광적인사람, 광신도라는 뜻이다. 
팬은 '어떤 대상 가령 음악, 스포츠,영화, 가수 등 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을 말한다. '열광'이란 뜻은 '너무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듯이 날뛰거나, 혹은 그런상태' 를 말한다.

 '미치다' 라는 뜻은 그러니까 미치게되면 정신에 이상이 생겨 언행이 상식에서 벗어난다. 열광은 미친게 아니다. 분명히 '미친듯' 한 상태이다. 미친원인은 더 중요하다. 기뻐서, 좋아서, 행복해서 열광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발적 열광은 힐링 그 자체를 생성한다.

 199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드라마 '모래시계'의 최종회 시청율은 64.5%였다. 술집들도 서둘러 문을닫았다. 직장인들은 서둘러 귀갓길로 향했고 차량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귀가시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드라마에 대한 열광은 '모래시계 신드롬'을 일으켰다. 

신드롬은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양준일 신드롬 또한 대중 문화 속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빠순이 유전자는 열정 
 글을 쓸때 1초전에 쓰려던 단어도 생각이 안날때가 있다. 그런 필자의 머리속에 어떤 기억들은 생생하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와 손을 꼭잡고 공연을 보려는 팬들 행렬에 서있었던기억. 노약자에게 앞줄을 양보했던 사람들. 

 그날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중가요계 거장 '신중현 리사이틀'이 있었던  날이다. 필자의 나이 7살쯤으로 기억된다. 내생애 첫번째 수동적팬질이었다. 할머니는 '새치기 하면안된다'로 올바른 팬질을 어린 내게 알게하셨다. 모범적인 팬질말이다.

 '' 내 절름발이 덕에 앞줄된거야''

 할머니는 정말 으쓱해하셨다. 마치 앞줄차지하려고 절름발이 연기를 잘해내신 것처럼!. 신체약점을 유머로 승화하는 긍정마인드. 자꾸 멋지다.

 ◇양준일 팬덤 
 팬덤이란 말은 팬들이 모인 덤이다. 영어로 dom은 '영역, 집단,나라' 를 의미한다. 팬덤은  자치제로 움직인다. 운영자 결정부터 제반 규칙등은 모두 투표로 결정한다. 회원 누구도 규칙 위반 시는 강퇴 처리된다. 사생팬따위가 존재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필자는 '무리'에 귀속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귀찮기도 하고 무리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않다. 그런 내가 앞뒤가 안맞게 팬덤의 일원이 되어 누군가를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양준일의 선한힘이다.

양준일의 선한영향력은 팬덤 문화를 바꾸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성숙한 합일점을 찾는다. 약자를 보호하고 선함을 베풀기에 힘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올바른 팬덤을 형성한다. 간혹 다름을 고집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눈엔 그닥 밉지않다. 선한영향력 응원에 일조할 수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내가 이런 순수함이 있었나?. 아니다.

 “나이를 먹는가보다. ”

“나이를  먹어서 좋을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젊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건 기쁜 일입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전보다 전체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혹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면서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디테일에 불현듯 눈뜨게 됩니다. 그게 나이를 먹어가는 기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참고문헌- 무라카미하루키잡문집: 여백이 있는 음악은 싫증나지 않는다)

요즘은 유난히 할머니 생각이 난다. 
시도 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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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2020-05-22 14:17:15
이기자님의 멋지고 선한 열정이 멋진 할머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이군요~그런 멋진 할머님을 추억하실수 있다는게 부럽습니다~그리고 멋진 기자님과 같이 양준일 이라는 깊이있는 아티스트를 응원할수 있다는게 감사합니다~

박상준 2020-03-05 17:35:14
글 전달력도 그렇게 재미도 함께 있어서 좋네요^^
응원합니다

그음 2020-03-05 16:21:16
양준일님 빛나는 사람입니다^^

이쁘니 2020-02-29 09:04:02
응원합니다

2020-02-28 08:46:16
준일오빠! 항상 일을 즐기는모습 넘 좋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