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상당의 중국·일본 자금이 지난해 한국 자본시장에 상륙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뒤이은 부(富)와 아베노믹스에 기반한 엔저 자금이 저물가·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의 금융·실물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증권·채권시장에서 순매수·순투자된 중국과 일본 자금이 7조3천7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의 3조5천440억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금융감독원이 현재의 국가별 통계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과 일본 자금이 가장 많은 순매수 기록을 낸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의 6조6천600억원이 종전 최대 규모였다.
금융업계에서는 저성장·저물가에 묶인 한국 경제를 두고 여타 외국계 자금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중국과 일본 자금이 거침없이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을 지난 한 해 동안 순매수한 일본 자금(3조1천950억원)과 중국 자금(2조20억원)은 총 5조1천97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에 전체 외국인 순매수 자금이 6조2천85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히 큰 것이다.
일본의 순매수 규모는 미국(3조8천250억원)에 이어 2위, 중국은 3위였다.
이런 순매수 규모는 한국 상장주식에서 일본과 중국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이 2.2%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한국 상장주식 보유 지분 중 일본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말 1.5%에서 지난해말 2.2%로 껑충 뛰어 14위에서 10위로 올라섰고, 중국도 1.9%에서 2.2%로 오르면서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채권 시장은 중국계 자금이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지난해 중국 자본이 한국 채권에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 등)한 금액은 2조2천억원으로 순투자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자본이 보유한 한국 상장채권 비중은 2013년말 13.2%에서 지난해 14.7%로 1.5%포인트 급등했다.
이로써 중국은 상장채권 보유액 비중으로 룩셈부르크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미국과 격차도 2013년 8%포인트에서 절반 이하인 3.9%포인트로 줄였다.
반대로 1위 채권 보유국인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채권에 대한 순투자가 마이너스(-1조4천350억원)여서 보유 비중이 21.2%에서 18.6%로 떨어졌다.
이런 기조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 상장채권 보유비중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 자금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국의 금융·실물시장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사실상 장악한 데 이어 유안타(대만)와 현대 등 증권회사로 손을 뻗쳤으며 지난해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입찰에는 중국 안방보험이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중국 자본은 제주도와 강원도 지역 등 부동산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중국은 외환보유고 다변화 등 측면에서, 일본은 수차례 양적완화에 따른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자본은 부동산이나 벤처 등 실물로 점점 더 파급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