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잇따른 마필관리사 사고...열악한 환경 먼저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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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잇따른 마필관리사 사고...열악한 환경 먼저 개선돼야
  • 최인수 기자
  • 승인 2020.08.0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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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마필관리사 사망사고에 이어 또 다시 극단적 선택
문중원 기수 사망사건 당시 한국마사회 규탄 기자회견
문중원 기수 사망사건 당시 한국마사회 규탄 기자회견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인수 기자]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가 다시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지난 6일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 A씨(44)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6시10분쯤 경마장 내 숙소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동료 마필관리사가 숙소를 찾아가 A씨를 발견했는데, 동료는 통상 출근시간인 오전 6시가 넘었음에도 A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A씨 방을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A씨 사망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살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동료들은 A씨 사망 배경에 과중한 업무와 질병인를 따라다녔을거라 추측하고 있다. 김보현 한국노총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서울경마지부장은 “A씨는 자주 다쳐서 병원에 많이 가곤 했다. 최근엔 1년 이상 장기 입원한 적도 있다”면서 “치료가 끝나면 한 두달쯤 후엔 기승해서 훈련시키는게 일반적인데, A씨는 부상 이후 기승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노조 주장을 감안해 과로사 등 정황을 찾고자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1일 사망한 채 발견된 마필관리사 이모씨(33)도 생전 고통을 호소했는데, 이씨는 서울경마장 사택에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이씨 사망 두달 전인 지난 5월26일 작성됐다. 유서에서 이씨는 “한국 경마는 우리가 있어서 발전했는데 모든 건 마사회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열심히 하는데 왜 사람이 죽어 나가야 마사회는 그때 그 순간 아차 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인지” “매년 다치니 왜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왜 내가 매번 다쳤다고 질책을 받아야 하나. 난 다치고 싶지도 아프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지”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노조는 이씨의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고 증언했다.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는 통상 1명이 말 3필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씨가 속한 조는 마필관리사 11명이 37필을 관리했다. 경마가 끝난 뒤 인근 마필휴양소의 말까지 맡게 될 땐 11명이 70필을 관리하는 등 열악함을 보였다.

다른 조보다 말을 많이 훈련시키는 통에 부상을 입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마사회 내의 잦은 사고는 통계로 입증되는데, 마사회 발표에 따르면 이씨가 근무한 서울경마공원의 재해율은 2019년 25.7%다. 재해율은 한 해 발생한 재해를 연말 근무 인원으로 나눈 값으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전체 산업재해율 0.58%보다 44배 높은 수치다. 경마공원은 재해 은폐가 자주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재해까지 합치면 재해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노조는 추정했다.

경마산업 하청구조의 가장 아래에 있는 마필관리사의 처지도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사회는 말을 소유한 마주와 경주마 출주 계약을 맺는 한편 조교사에게 마방을 임대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조교사는 마사회에서 받은 조교사 면허와 마방을 갖고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기수와 계약한다. 마사회는 일선 기수·마필관리사와의 계약 주체는 조교사라며 사용자 책임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약 보름 사이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2005년 이후 목숨을 잃은 마필관리사는 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마사회 비리를 폭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문중원 기수 등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도 4명이나 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A씨 사망과 관련해서는 “경찰 감식이 끝난 후에 이야기하겠다”고 했다다.

또한 “마필관리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리는 등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향후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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