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연 2%대 주택담보대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2%대로 내리는데다 금융당국이 2% 중반대 전환대출까지 내놓음으로써 이제 대다수 주택대출자들은 2%대 대출금리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급증세를 보이는 가계빚 문제에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어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외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발표된 다음날인 13일 최저금리가 2.72%, 최고금리가 3.02%까지 떨어졌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국고채 금리와 연동해 움직이는데, 통상 국고채 금리의 변동은 다음날 주택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그런데 12일 1.90%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3일 다시 급락해 1.87%로 0.03%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3.02%였던 외환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는 16일부터 2.99%로 내려가게 된다. 외환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람은 신용이 불량하지 않는 한 대부분 연 2%대의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통상 한 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락하면 그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외환은행 상품의 최고 금리가 2%대로 내려왔다는 것은 이제 2%대 주택대출 상품이 보편화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3년 후 변동금리 전환)은 최저금리가 2.9%까지 내려왔으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95%까지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98%까지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2.88%까지 떨어졌으며, 인터넷 대출상품인 '아이터치 아파트론'의 금리는 이보다 더 낮은 2.68%까지 주저앉았다.
오는 24일부터 각 은행에서 출시되는 2%대 '안심전환대출'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장기 분할상환형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타기 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는 이 상품의 금리는 당초 2.8~2.9%로 예고됐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이 상품의 금리도 2% 중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의 추가적인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1년부터 고객이 부담하던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면서 '대출 갈아타기'가 활발해졌고, 현재 은행들마다 신규 주택대출의 상당 부분을 이런 차환대출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 중반대 전환대출이 출시된다면 이러한 차환대출 수요를 모두 흡수할 있어, 전환대출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2%대 주택담보대출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면서 은행 고객들의 금리 부담은 줄어들게 됐지만,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됐다.
지난해 은행 대출을 통해 늘어난 가계 빚은 39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통상 가계 빚이 줄어드는 1월조차 가계대출이 늘고, 2월 증가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구나, 2%대 주택대출금리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값싼'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가계 빚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출금리 2.6%에 2억원을 대출받으면 1년 이자는 520만원, 한 달 이자는 43만원 수준이다. 이자 부담이 이처럼 줄어든 만큼 쉽사리 대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회사원 김모(46)씨는 "2억5천만원을 대출받아 최근 집을 샀지만 월 이자가 생각보다 작아 부담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며 "다만, 퇴직할 때까지 이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금리도 올라가 가계의 자산 유지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조만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국내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이 되면 가계부채의 규모 문제가 원리금 상환의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자산시장 버블을 연명시키는 효과만을 낼 것"이라며 "이는 언젠가는 터질 부담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