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권과 빅테크 갈등조율 나섰지만 큰 이견차 좁히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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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권과 빅테크 갈등조율 나섰지만 큰 이견차 좁히지 못해
  • 박영심 기자
  • 승인 2020.10.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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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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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영심 기자] 정부의 ‘핀테크 육성 방침’을 등에 업은 빅테크(Big Tech)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자 전통 금융권과의 갈등이 깊어진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있던 전통 금융권은 규제 특례를 받는 빅테크의 등장에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에 적용되는 규제 체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통 금융권만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 간의 갈등 조율에 나섰지만, 난항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업 진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빅테크와 생존에 위기감을 느낀 전통 금융권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잔뜩 긴장한 금융사들은 갈등 조율과는 별개로 대대적인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사 “빅테크는 핀테크와 달라…사각지대 활용해 규제 차익”

금융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더 큰 위기로 여기는 분위기다.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각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인터넷 플랫폼까지 완비한 빅테크 기업들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물론 금융사들 역시 핀테크 육성이라는 금융당국의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빅테크는 핀테크와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 특히, 전통 금융권에선 빅테크가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규제 차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한다. 핀테크가 피해 가는 규제를 빅테크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권이 대표적인 역차별 규제로 꼽는 사안은 데이터 공유 문제다. 개정된 신용정보법의 핵심인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은행 등 금융사는 모든 정보를 개방해야 하지만 빅테크는 자회사 정보만 개방하면 돼 전통 금융권 입장에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금융회사는 분할된 회사에 개인신용정보를 이전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빅테크는 승인이 필요 없다. 금융사들은 금융위의 사전 승인 규제를 폐지하거나 혹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등의 동등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핀테크사에는 신용정보법에 근거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시 겸영업무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이 허용되는데 은행의 투자일임은 일임형ISA(개인종합자산관리 계약)만 허용돼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업무는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계약 체결 권유를 위해 고객정보를 계열회사인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것은 허용돼 있지 않지만 핀테크 기업은 고객정보를 자회사인 일반보험 대리점에 제공할 수도 있다.

카드사 마케팅 규제에 대해서도 금융사들은 차별을 느낀다. 핀테크 기업 대비 카드사에만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등에 있어서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용카드 회원 모집 시 연회비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이 불가하고 국세·지방세·4대 보험의 카드 결제에 대한 과도한 재산상 이익 제공 불가 등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핀테크 기업은 전혀 규제가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간섭과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과 (당국의) 간섭 없이 IT 기술력을 갖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빅테크와의 간격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통 금융사들의 엄살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기에 전통 금융권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디지털금융 협의회 출범…조율 쉽지 않아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의 갈등은 금융당국의 최대 골칫거리다. 금융당국은 민관 합동으로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출범, 빅테크를 포함한 핀테크와 금융업의 상생·공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쟁점별로 도출한 대응 방안은 내년 금융위 업무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이후에도 디지털금융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하기 위해 협의체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주요 논의 주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업권별 규제혁신 방안, 빅테크-기존 금융사간 건전한 경쟁질서 확립, 시장 참여자 간 데이터공유 원칙, 디지털화에 따른 금융이용자 보호, 금융시장 리스크요인 점검 및 대응 방안 등이다. 그렇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협의체가 이견만을 확인하는 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한편, 금융사들은 빅테크와의 규제 논의를 벌이면서 동시에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등 투트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 제휴상품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디지털 부문 인력 보강에도 집중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ICT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KB금융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AI기반 투자 합작사 설립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국내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함께 설립한 우리금융과 KT는 디지털금융 합작사 설립 등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사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빅테크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과반수만 동참해도 빅테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통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프레임이 형성돼 역풍이 일 수도 있는 데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대오에서 이탈하면 역효과만 부를 수 있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