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소비 양극화.. 마트는 시름, 명품은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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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소비 양극화.. 마트는 시름, 명품은 쑥쑥
  • 앤디현 기자
  • 승인 2015.04.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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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앤디현 기자]   경기 침체 속에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유통업 전문가들은 불황 속에서 갈수록 커지는 소득·자산의 격차와 유통업계의 고소득층 중심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산층 이하는 먹고 입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장을 볼 때 찾는 도시의 대형마트들도 타격이 작지 않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지난 1분기(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 줄었다. 의류 부문 감소율은 8%에 이를 정도다. 홈플러스 역시 1분기 매출이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업계 1위 이마트도 불과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3월만 따지면 소비 위축 정도는 더 심하다. 이마트의 패션 부문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1.2% 감소했고 양곡(-10.8%), 수산물(-8.7%), 가공식품(-3.2%)도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대표 생필품인 우유는 가격을 크게 낮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정도"라며 "특히 수입 향신료나 이색채소류 등 고급 품목보다 일반 생필품의 매출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른바 상류층이 애호하는 상품은 불황을 안 탄다. 오히려 매출 신장세가 뚜렷하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명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5% 늘었다. 이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명품 매출은 날았다.

 

북적이는 명동거리.

명품류의 '나 홀로' 호황은 상류층, 이른바 백화점 VIP(최우수고객)들의 소비가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파크제이드 등급(연 2천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의 작년 1~11월 평균 구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늘었다. VIP보다 한 단계 높은 VVIP급의 지출 증가율도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최상위 고객(연 1억원이상 구매)의 작년 1~10월 구매액은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전체 고객 구매액 증가율(4.4%)의 3배를 웃돈다. 지난 2~3월 서울시내 특급 호텔들이 선보인 '딸기 디저트 뷔페'의 인기에서도 고소득층의 위축되지 않는 소비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이라지만 지속적으로 외제차를 비롯한 고가 제품 소비가 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골프채 등 사치품 수요가 늘었는데 지금이 그와 마찬가지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을 보면 2010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 3천797만 명 가운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한다. 상위 1%와 0.1%의 소득 점유율만 따져도 12.97%, 4.46%에 이른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타운 전경.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12년 사이 소득 하위 20%의 자산이 5만 원(1천493만 원→1천498만 원) 증가할 때 소득 상위 1%의 자산은 무려 3억 9천만 원(39억 6천9만 원→43억 4천932만 원) 불었다. 이처럼 소득과 자산 격차가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유일한 '비빌 언덕'인 고소득층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소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VIP를 대상으로 '신년 해맞이 기차여행' 이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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