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비상…생산성 더욱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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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비상…생산성 더욱 하락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0.11.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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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육성' 내세운 문 정부…최저임금 인상에 중기 인건비 부담 ↑
고착화된 '낮은 생산성' 문제도 최저임금 인상에 더욱 심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원석 기자] "중소기업 육성으로 국민성장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 경제 균형발전의 문을 활짝 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뛰던 2017년 4월10일 당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 관련 대선후보 강연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약속대로 집권 이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전면에 내세워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3년여가 흐른 지금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또 다른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상충효과를 빚으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되레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동생산성' 역시 한층 낮아지면서 제조업 분야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일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ULC)은 약 45% 증가했다. 단위노동비용은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드는 노동비용으로,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면 생산비용 증가로 생산성 악화를 초래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단위노동비용은 같은 기간 각각 6%, 2% 떨어졌다. 이에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경쟁국인 일본, 대만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실질 노동생산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질 임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질 소득은 2010~2019년 연평균 2.6% 증가했지만 실질 노동 생산성은 같은 기간 연 1.1% 감소했다.

물론 제조업의 낮은 생산성은 비단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2017년 4월 '한국경제의 생산성 분석과 정책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총요소생산성으로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 수준을 진단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투입으로 얻는 생산성 증가분을 제외하고 기술혁신 등에 의해 주도된 질적인 생산능력을 측정한 경제지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72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3.2%로 한국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0.9%로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들어서부터 우리나라가 이미 생산성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이미 고착화된 생산성 문제가 이번 정부 들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실질 임금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층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이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인플레이션 억제) 압력 속에서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각각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 임금이 오르면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학계 역시 이를 우려하고 있다.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비용이 급상승해 중소기업의 부담이 높아진데다, 올해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마저 터지며 중소기업의 경영압박이 가중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비용 상승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욱 힘들어졌다"며 "생산성이 낮아도 비용이 낮으면 기업들이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노동비용이 크게 오르다보니 기업들이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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