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처럼 돈 풀어서 경제 부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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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일본처럼 돈 풀어서 경제 부양해야 하나...
  • 앤디현 기자
  • 승인 2015.04.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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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앤디현 기자]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취임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은 이웃 나라인 우리에게도 주시 대상이다.  디플레이션(Deflation)과 엔고(円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아베노믹스가 실제로 엔저 현상을 가져와 수출전선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입장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수출기업 등에 오랜 가뭄 끝의 단비 역할을 했다.

이는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한국 경제가 아베노믹스를 좇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용주의에 입각해 아베노믹스의 명암을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경제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베노믹스 같은 정책이 한국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서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면 실질적으로 2개월째 마이너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종전보다 무려 1%포인트나 내린 0.9%를 제시했다. 올 1∼2월 광공업생산 평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줄어 둔화세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기 지표도 부진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2월 평균으로 보면 작년보다 낮았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 역시 불안하다.

올 들어서도 무역수지 흑자폭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것이 문제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상황과 달리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은 오랜 침체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한국 경제에 접목할지를 둘러싼 논란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아베노믹스를 바라보는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는 시각차가 큰 편이다.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내린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시장의 디플레 심리를 억제하고 꾸준히 성장전략을 유지한 것은 배울만한 점"이라며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의 자산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실물경제가 뒤따라 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를 모델로 삼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그 이유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 및 대외적인 환경 차이가 거론된다. 환경이 다른데 여러 주변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 경제에 적용된 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준(準)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도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처가 없는 한국이 무턱대고 통화량을 늘리면 중남미 국가와 같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면서 "일관적 정책 추진과 구조개혁으로 경제심리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렸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점포에 할인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가 근본적으로 경기를 활성화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먼저 기업들이 투자확대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지 않은 채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썼다가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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