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 누기"…전세대책에 무주택자들 갈 길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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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발에 오줌 누기"…전세대책에 무주택자들 갈 길 잃어
  • 이명옥 기자
  • 승인 2020.11.20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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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문제 잘못 짚었다" 비판 속출
물량공급만이 대책 아냐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세대책을 발표한 19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출처:뉴스1)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세대책을 발표한 19일 서울의 한 부동산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명옥 기자] 정부가 장고 끝에 상가·호텔까지 공공임대 물량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전세난의 원인 진단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시장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어, 단순히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중개업계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11·19 전세대책)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정부가 최근 전세난의 주요 원인을 임대차보호법 등 정책 부작용이 아닌 '저금리' 탓으로 돌린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정부는 대책과 함께 배포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전셋값은) 임대차3법 및 강화된 실거주 요건이 논의되기 이전인 2019년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됐다"며 "금리 인하, 가구 분화에 따라 최근 가속화된 가구 수 증가 등이 전세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매물이 줄고,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품귀가 심화해 전세난이 발생했다는 시장 참여자 및 전문가들의 분석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네티즌들은 "실제 부동산 현장을 방문해보고,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를 들어보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언제까지 남 탓을 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세난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두고, 물량만 늘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수도권 7만2000가구)를 전세 위주로 공급하기로 했다. 대부분이 공실인 공공임대를 활용하거나, 다세대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전세로 재공급하는 방식이다. 빈 상가와 오피스, 호텔 등을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것도 포함됐다.

장기간 공실인 임대주택은 입지가 좋지 않거나 상품성이 떨어져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전세난은 아파트 부족에 따른 것인데, 새로운 공공임대는 빌라, 오피스텔 등이 대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부총리나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호텔 등 공공임대 주택에 들어가서 한 번 살아봐야 한다"며 "본인들도 살고 싶지 않은 곳을 국민들에게 공급해봤자 누가 살고 싶겠나. 궁지에 몰리니 숫자만 늘려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도 "등 가려운데 자꾸 다리만 긁어대는 꼴"이라며 "엉뚱한 데만 긁으니 시원하지도 않고 이젠 아파서 피만 난다"고 비유적으로 비난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난 해소의 핵심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공공임대를 전세로 전환하고 빌라 임대를 늘린다고 해서 아파트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능한 공급물량을 총동원한 만큼, 일단 시간을 갖고 임대차 시장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전세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전체가 만족할 순 없겠지만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급불균형이 극심한 전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세유형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본다"며 "전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공급 지역, 물량, 속도 등 3박자가 정책 실효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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