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은 다 썼는데 소비효과는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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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은 다 썼는데 소비효과는 30%?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0.12.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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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다 쓰는 대신 월급 70만원 아껴"…해석 여지多
출처:뉴스1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 기자] 전 국민 보편 방식으로 지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이 100만원 당 30만원 꼴로 소비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1차 재난지원금은 분명 소비쿠폰 방식으로 지급됐다. 가계가 정해진 기한 안에 다 쓰지 않으면 저절로 소멸하는 식이다.

국민 대부분이 지원금을 전부 소진했는데, 정작 자영업과 소상공인 매출에 기여한 건 왜 30만원 정도라는 걸까.

◇"100만원 다쓴 대신 월급 70만원 아껴 빚 갚았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날 펴낸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미지급된 상황을 가정한 경우와 비교해 재난지원금이 증가시킨 신용카드 매출액은 4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1차로 지급한 재난지원금 가운데 카드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금액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의 26.2~36.1%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평소 100만원을 소비하던 가구가 지원금 지급으로 130만원을 썼다는 얘기다.

그럼 나머지 63.9~73.8%는 어디로 간 걸까. KDI는 "원래 본인 소득으로 소비했을 부분을 지원금으로 대체하고, 다른 소득은 저축이나 부채 상환에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100만원을 모두 소비한 것은 맞지만, 다른 때와 비교해 추가적인 소비로는 약 30%만 이어졌다는 뜻이다.

지원금이 기존 소득을 단순 대체한 부분이 컸던 걸로 보인다.

◇'100만원 중 30만원뿐' vs '30% 소비진작'…뭐가 맞나

많은 언론은 연구 결과를 보도하면서 '재난지원금이 100만원 지급됐으나 정작 소비된 것은 30만원뿐'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연구를 수행한 KDI가 직접 내놓은 문제 인식은 아니다. 오히려 기관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매출 증대 효과가 해외 사례와 유사하거나 뛰어나다고 밝혔다.

김미루 KDI 지식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대만과 미국에서 소비쿠폰과 감세로 가계소득을 지원한 결과 20%~30% 내외 혹은 20%~40% 내외의 매출이 증대됐다는 선행연구가 있다"며 "이를 비춰 볼 때 30% 내외의 소비진작 효과는 기대하는 정도였던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 30% 안팎은 통상적인 이전지출보다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급된 지원금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라는 점을 봤을 때, 지적할 틈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부 지출은 100만원을 투입한 만큼 100% 소비가 유발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소비 진작책으로 내놨다면 훌륭한 대책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만일 가계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었다면 어떨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KDI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업과 외식업은 거꾸로 재난지원금에 입은 수혜가 크지 않았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품목은 의류와 가구 등 내구재와 마트 같은 필수재였다.

국민 입장에서는 아무리 100만원을 받았다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뚫고서까지 여행을 가거나 가족 외식을 즐기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소비 진작책으로도, 가구 소득 보전책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원들은 보완책으로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을 요구했다.

재난 상황에서는 일괄적인 가구소득 지원만으로는 피해계층을 돌보기 어렵기에, 실제 소득이 줄어든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에게 1인당 150만원씩 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선별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민 재난지원의 소비진작 효과를 깎아내린 것까진 아니지만, 최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선별지원 만큼은 우선 순위 정책으로서 꼭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