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부실 기업 '급증'…이자만큼도 못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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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부실 기업 '급증'…이자만큼도 못 벌어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0.12.28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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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올해 상반기 42.4%...올해 총 37.5% 예상
내년 실적 악화시 39.1% 예상
출처:뉴스1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원석 기자]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한 잠재적 부실기업이 전체 5곳 가운데 2곳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대대적인 유동성 지원 덕분에 당장 망하는 기업이 급증하진 않았지만 부실의 징후만큼은 역력해진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매출 감소가 이어질 때다. 기업부실 관련 각종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고 최종적으로 부도를 맞는 기업의 비중마저 급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기업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재무재표 공시기업 2298개사(社)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통틀어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은 전체의 42.4%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보다 낮으면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 측은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이자보상배율은 2015~2019년 줄곧 20%대에 머무르다가 2020년 상반기 32.4%로 올라섰다. 이 기간 대기업 3곳 가운데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은 셈이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한층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 1미만 중소기업 비중은 52.8%로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지원으로 현재로썬 기업 부실화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엔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실화 정도는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 하에서 내년 이자보상배율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추산했다. 내년 중 기업매출이 회복되는 기본 상황(매출액 증가율 5.8%)과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비관적 상황(매출액 감소율 1.7%)을 가정했다.

그 결과 2021년 이자보상배율은 기본 상황에선 35.5%, 비관적 상황에선 39.1%를 나타낸다는 전망을 내놨다. 내년에도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엔 올해 연간 이자보상배율 예상치인 37.5%보다 이자보상배율이 더욱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실화는 자본잠식 기업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본잠식이란 원금(자본금)을 까먹을 정도로 기업의 적자가 심화한 상태다.

한은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잠식 기업 비중이 올해 2.0%에서 내년 2.5~2.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1.25~1.35배 급증한 수치다.

내년에도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 버티다 못해 부도를 맞는 기업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부도확률은 올해 1.41%에서 매출회복시 1.38%로 소폭 낮아지지만, 매출 감소시에는 1.59%로 상승할 것으로 한은은 관측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실적은 부진하지만 유망한 기업을 살리고, 도태될 기업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끊기 위해선 부실 기업 가운데 '옥석 가려내기' 작업이 필요하지만 일괄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부실기업 살생부'를 만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해 한은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우며 당장 이 문제를 다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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