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車반도체 품귀현상…한국 완성차 업체도 안심할 상황 아냐
상태바
심화되는 車반도체 품귀현상…한국 완성차 업체도 안심할 상황 아냐
  • 김진수기자
  • 승인 2021.02.26 0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출처=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기자]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생산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완성차 업체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 MCU포함 車반도체 확보 전쟁중

26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국내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시스템을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MCU가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MCU 재고가 2개월~3개월 이상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비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MCU 부족 현상이 더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개월~3개월 후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 내달부터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량 생산계획 조정과 반도체 메이커와 협상 등을 통해 가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반도체 부품은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모든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반도체를 재고가 부족한 곳에 우선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CU는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대만 TSMC에만 70% 이상의 위탁생산을 주문해놔 생산 쏠림현상이 심하다. 이런 이유에서 단기간에 물량을 확 늘리기가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혹한으로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과 NXP, 인피니온 같은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도 세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3분기 이후에도 수급 불안정 가능성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MCU의 리드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26주(182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필 암스루드 IHS마킷 수석 분석가는 "수급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지금 일시적으로 TSMC가 독일,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요청으로 다른 파운드리 반도체 물량 줄이며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3분기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파운드리가 바로 생산을 못 늘리기 때문에 한국 완성차 업체에서도 보유한 재고를 다 소진하면 새로운 물건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생산 물량을 줄이는 수밖에 딱히 뾰족한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반도체 공급능력을 상승시키는 것이 수급불안정 해소법"이라며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설계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전문업체까지 파악해 조달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첨단 제품을 제외한 차량용 반도체는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 매력 있는 제품군이 아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만큼 높은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해 까다롭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수익성은 일반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보다 낮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GM,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르도, FCA, 혼다, 닛산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