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1년 코스피 72%↑…과거 위기때와 달리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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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1년 코스피 72%↑…과거 위기때와 달리 '효과 톡톡'
  • 김진수기자
  • 승인 2021.03.14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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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0.69포인트(1.35%) 오른 3,054.39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뉴스1)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0.69포인트(1.35%) 오른 3,054.39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금융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된 공매도(空賣渡) 금지 1년 동안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각각 70% 가량 상승해 지난 2008년·2011년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의 상승률을 크게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행렬,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가운데 역대 최장기간의 공매도 금지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3월13일 대비 이달 12일까지 코스피는 72.4%, 코스닥은 76.6% 상승하며 V(브이)자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1월7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p)를 넘어선 데 이어 같은달 25일 단숨에 3200p까지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이달 12일 종가는 코스피 3054.39p, 코스닥 925.49p다.

그러나 과거에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0일까지 8개월 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 기간 코스닥은 19.9% 올랐는데, 코스피는 오히려 3.6% 하락했다. 코스피만 놓고 봤을 때 공매도 금지의 정책적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셈이다.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2014년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시행된 공매도 금지조치는 주식가격의 변동성 확대를 축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고, 공매도 거래자의 시장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던 2011년 8월10일부터 11월9일까지 3개월 간 다시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 기간 코스닥은 20.2%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5.9%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지수 흐름은 앞선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발 공매도 금지의 경우 역대 최장기간을 높은 지수 상승률의 배경으로 꼽는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간이 길었고 글로벌 지수도 모두 상승했다"면서 "특히 이번에는 이미 지수가 낮아진 침체 사이클에 들어간 뒤 공매도가 금지되며 지수가 회복된 것이라 상승폭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V자 반등의 원동력은 동학개미운동이었다. 지난 1년간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71조3785억원 순매수할 때 기관(-52조7569억원)과 외국인(-18조9379억원)은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7조9719억원, 외국인이 3822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11조7628억원 순매도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현 지수는 분명히 저평가이므로 13년 동안의 박스피(일정한 폭 안에서만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코스피)를 벗어나 이제 치고 오를 때가 됐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더 길어지고 연기금이 매도를 멈춘다면 4000p까지는 큰 조정 없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주가(유상증자나 액면분할 등 이벤트를 반영해 산출한 수정주가) 상승률이 가장 큰 종목은 코스피 시장에서 신풍제약(1050.9%), 두산퓨얼셀(798.8%), HMM(605.9%) 순이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킨스전자(1804.9%), 키네마스터(934.9%), 데브시스터즈(934.5%) 순이었다.

개별 종목으로 봤을 때 이 기간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순매수 규모 18조1730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다음으로 삼성전자우(7조4289억원), 현대차(3조4146억원) 순이었다. 외국인은 LG화학(3조2977억원), 셀트리온(7240억원), 신풍제약(7126억원) 순으로, 기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3606억원), 롯데케미칼(2494억원), 미래에셋대우(2454억원) 순으로 각각 순매수 규모가 컸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1조3987억원), 카카오게임즈(6039억원), 제넥신(4309억원) 순으로 많이 투자했다. 외국인은 알테오젠(4933억원), 펄어비스(3048억원), 씨젠(2625억원) 순으로, 기관은 에코프로(2028억원), SKC솔믹스(787억원), 솔브레인(749억원) 순으로 각각 많이 순매수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오는 5월3일부터는 코스피 200·코스닥 150 지수 편입 종목, 즉 대형주의 공매도가 우선 재개된다. 금융위원회는 재개 시점에 맞춰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 공매도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학개미들은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여전히 불만이 많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서다. 한투연은 서울·부산 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 선거(4월7일)에서 공매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등 '공매도 표심(票心)'을 표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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