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확대' ... '정치권·여론'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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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확대' ... '정치권·여론' 눈치
  • 김영목
  • 승인 2021.03.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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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 허용범위에 대한 논의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로 미룬 가운데 선거 전까지 주식 매도 강도는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실제도 전날(30일) 연기금 순매도 규모는 261억원에 그쳤다. 하루 순매도 금액으로 보면 최근 10거래일 중 가장 적었다. 장중에는 순매수를 보이다가 장 막판 순매도로 돌아섰다. 29일엔 1658억원, 26일의 경우 52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었다.

연기금은 지난 12월24일부터 3월1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2거래일 동안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에 팔아치운 주식은 14조4977억원에 달한다. 하루평균 2788억원을 매도한 셈이다.

지난 15일과 16일 이틀동안 순매수를 하며 '순매도 기록 행진'은 마감했지만 연기금은 17일부터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10일 동안 연기금의 추가 매도 물량은 1조8647억원이다. 다만 최근 3일간 매도 강도는 줄어도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연기금의 맏형격인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 유지목표(리밸런싱)와 허용범위 변경 등을 놓고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허용범위를 현 ±2%에서 ±3.5%로 확대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기금위는 이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음달 회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복지부와 기금위 측에 국내 주식비중 확대를 검토하라고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가했다"면서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대는 일인만큼 보다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재보궐 선거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개인투자자들은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코스피가 단숨에 3200을 돌파한 이후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3000선을 횡보하는 이유중 하나가 국민연금의 과도하고 기계적인 순매도 때문이라고 보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하거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 가 항의시위를 하는 등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도 직간접적으로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6일 회의에서도 '정부측' 위원들은 국내주식 비중 허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민연금은 적어도 선거 전까지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금의 주 목적이 '국내 주가 부양'이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의 안정적 운용'이라는 점을 들어 연기금에 대한 일각의 압박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41년 자산규모가 1800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57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운용 수익이 아닌 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더더욱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커진다.

국내 주식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해외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만에 하나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국가 경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연금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자산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서 "정치권이든, 투자자든 당장 '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연금을 흔들어대는 것은 매우 짧은 생각이며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한 기금위 관계자도 "기금 고갈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은 마땅히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목표가) 설정된다"면서 "그동안 코스피를 사들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연금이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전체 국민의 노후자금을 위해 당연히 해야하는 수순"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내달 중으로 기금위 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비중 조정 등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정확한 회의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궐선거일인 4월7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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