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약 1200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획한 정부의 목표 달성 성패는 사실상 미국 모더나사와 얀센사의 백신 수급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2분기 시작점을 훌쩍 넘어선 현재까지 두 백신의 도입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아 우려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이들 백신 도입시기는 2분기였다. 높은 접종률을 기대하는 것은 차치하고 수급단계에서부터 부작용과 물량부족 가능성 등 돌발변수가 겹치면서 2분기 접종 항해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 1200만명 이상 접종을 완료하고 3~4분기 접종분을 더 늘려 11월 안에 전국민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상반기 도입 백신물량은 약 1000만명분(1~2차 접종 완료분)이다. 따라서 당초 계획한 목표량을 채우진 못한 상황이다. 1차 접종량은 충분하지만, 2차 접종분이 모자란 셈이다. 얀센 백신을 제외한 나머지 백신들은 모두 두 차례 접종을 해야 충분한 예방효과를 볼 수 있어, 1~2차 접종회분을 1명분으로 본다. 

물론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활용하면 쥐어짜낸 잔여량으로 더 많은 사람을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양이 넉넉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1분기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34.55만명분(269.1만회분) 도입이 완료됐다.

정부가 지난 2일 밝힌 2분기 확정 물량은 769.85만명분(1539.7만회분)이다. 화이자 백신 314.85만명분(개별 계약 600만회분, 코백스 29.7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455만명분(개별 계약 700만회분, 코백스 210만회분)이다. 따라서 1분기까지 누적 확정 물량은 904.4만명분이 된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3일 노바백스 백신 도입 계획 물량 2000만명분 가운데 1000만명분을 3분기까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1000만명분은 4분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6월부터 출시될 예정인 노바백스 백신 초도물량은 약 100만명분으로 알려졌다. 단 노바백스가 4~5월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백신 허가신청을 하고, 6월 안에 허가를 받아야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노바백스 백신 100만명분까지 합치면 상반기 도입 물량은 약 1000만명분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정부가 목표로 한 12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0만명분 정도가 부족하다. 결국 모더나와 얀센 백신이 제때 채워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백신의 도입 시점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우려스럽지만, 최근 얀센 백신의 '혈전(피떡)' 논란, 모더나 백신의 '미국 우선공급' 이슈가 엎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이들 백신의 도입 물량은 모더나 2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얀센 백신의 접종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접종자들 중 6명에게서 혈전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이들은 모두 18~48세의 여성이었고 그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로 입원했다.

혈전 논란은 얀센 백신뿐만 아니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AZ 백신도 겪었다.

우리나라는 이 때문에 30세 미만에 대해 AZ 백신 접종을 중단한 상황이다. 얀센 백신도 같은 제한이 걸릴 확률이 크다. 따라서 동일 부작용이 없다는 가정 하에 모더나와 노바백스 백신 수급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30세 미만에 접종 가능한 백신이 현재로선 화이자 백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은 전세계 수급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모더나와 계약 초기에 백신 1000만명분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스테판 밴셀 모더나 CEO와 후속 협상에서 1000만명분을 추가로 더 받기로 하고 도입 시기를 5월로 앞당긴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모더나가 자국인 미국에 우선 백신을 공급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 공급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모더나는 현재까지 1억3300만회분을 생산했으나 이중 미국 외 지역 수출 물량은 1500만회분에 그쳤다. 모더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공급 계획에 따르면 7월 말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2억회분을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 외 지역은, 유럽에서 원액과 완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보수적인 유럽내에서도 수출 제한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전히 우려감이 남는다.

정유진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지난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제적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백신의) 도입계획에는 변경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