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文대통령 방일 필요해졌나...일각서 '김빠진 올림픽' 우려해 '한국 떠보기'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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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文대통령 방일 필요해졌나...일각서 '김빠진 올림픽' 우려해 '한국 떠보기' 관측
  • 박영심
  • 승인 2021.07.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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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서 '함구' 하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막을 2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정중 대응'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미국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무관중 올림픽 등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에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도쿄에서 제4차 비상사태 선언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면 정중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는 '조건부 도쿄올림픽 참가' 방침을 굳힌 상황이다. 한일 정상회담이 전제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의 '초청장'은 아직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방일은 "정해진 게 없다"며 "정상회담과 그 성과가 예견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처음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방일 전제조건임을 명확히 하고 관련 입장을 견지 중이다. 사실상 일본 측에 공을 넘긴 셈이다.

그간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스가 총리의 이번 발언을 놓고 정치적 배경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먼저 악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의식했다는 관측이다. 스가 정부가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스가 총리는 지난 8일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네 번째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다음달 22일까지 적용되며 도쿄 등 4곳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른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 무산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6일 기준, 도쿄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힌 외국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뿐이다.

무관중과 각국 정상들의 참여가 빠진 올림픽은 '흥행 요소'가 현저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 입장에서는 '김빠진 올림픽'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정중 대응' 발언은 한국 정부의 의중을 떠보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스가 총리의 '기대'가 있다면, 좀 더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스가 총리의 '정중 대응' 발언은 원론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

특히 '외교에 서툴다'는 평가를 받아온 스가 총리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가 일종의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그간 스가 총리의 외교력을 두고 의문부호를 붙여왔다. 아시히 신문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4월 사설에서 "외교 경험은 빈약한 총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스가 총리가 정상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포착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를 두고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스가 총리에게 '존재감 발휘'가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스가 총리의 '소극적' 태도로 G7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불거졌던 '외교적 결례' 논란을 만회할 기회가 사실상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스가 총리의 태도에 달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G7 정상회의 때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결례를 했다고 본다"며 "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도쿄올림픽 계기 문 대통령의 방일 사안을 스가 총리가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그렇지 않고 스가 총리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외교적으로 무능한 총리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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