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동메달 아닌 '한국 야구의 미래'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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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동메달 아닌 '한국 야구의 미래'가 걸렸다
  • 최원석 기자
  • 승인 2021.08.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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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남자야구 4강전에서 한국팀 김혜성 선수가 공을 잡아내는 모습.(사진출처:게티이미지)
올림픽 남자야구 4강전에서 한국팀 김혜성 선수가 공을 잡아내는 모습.(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최원석 기자] 2020 도쿄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앞둔 김경문호는 사면초가다. 부진한 경기력 속 충격적인 연패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데다 감독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여론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동메달을 딴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동메달을 못 따면 더 끔찍한 상황이 찾아올 것이 뻔하다. 

동메달만큼이라도 따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이 한 판에는 동메달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한국 야구의 미래가 걸려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7일 낮 12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현재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팬들은 선수들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방역 수칙 위반에 분개했고, 해당 사실을 은폐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덮으면서 리그를 조기 중단시킨 구단들의 이기주의에 분노했다.

야구대표팀도 예외가 아니었고, 최종 엔트리에 이름 올린 박민우(NC), 한현희(키움)도 일탈행위로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다.

김 감독은 이들의 대체 선수로 김진욱(롯데)과 오승환(삼성)을 발탁했는데 그때도 여론은 싸늘했다. 특히 과거 해외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오승환법'까지 나오게 만든 오승환의 선발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결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등 돌린 팬의 마음을 다시 잡겠다는 뜻도 있었다.

야구대표팀이 13년 전처럼 좋은 경기력 속에 대단한 성과를 거둔다면, 그리고 이의리(KIA) 등 젊은 선수들이 깜짝 활약을 펼친다면 들끓은 여론을 조금이나마 반전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야구대표팀은 그 사명을 해내지 못했다. 녹아웃 스테이지 들어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을 연파하며 금메달에 가까워지는 듯 보였으나 준결승에서 일본, 미국에 잇따라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설마 3연패를 해 빈손으로 돌아오겠냐고 웃었던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졌다. 진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 1일 한국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던 팀이다. 진짜 벼랑 끝이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은 한국 야구의 미래가 걸린 경기다. 패배는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라고 자부하던 프로야구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야구대표팀은 기이한 진행 방식 덕분에 세 번을 패하고도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어떤 종목도 패자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져도 괜찮아, 다음 기회가 있잖아'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다음 경기는 없다. 이번 경기가 끝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며 죽기 살기로 던지고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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