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해 복구냐 연합훈련이냐...김정은 선택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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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해 복구냐 연합훈련이냐...김정은 선택에 '주목'
  • 피터조 기자
  • 승인 2021.08.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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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사진출처:게티이미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피터조 기자] 올 후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이번주 본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이번 훈련과 연관된 최대 관심사다.

관계 회복을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계속 요구해 온 북한의 대응 수위가 향후 정세의 풍향계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함경남도 일대에 발생한 수해 긴급 대응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무력도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후반기 연합군사훈련에 돌입한다.

CMST는 국지도발·테러 등 상황을 가정한 우리 군의 대응훈련으로서 통상 한미훈련 직전에 진행된다. CMST 기간 '위기' 상황이 국지도발에서 북한군의 남침에 따른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한미 양국군이 함께하는 방어전 개념의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뒤이어 실시되는 것이다. CMST가 사전연습이라면 CCPT는 본훈련 격으로 사실상 10일부터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셈이다.

올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그간 북한이 한미 정부의 대화 제안에 거부로 일관하며 긴장을 유지해 온 상황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평가돼 왔다.

남북은 413일간 단절됐던 통신선을 지난달 27일 전격 복구했지만 당국 간 회담 등 관계 회복을 위한 추가적 움직임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일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가 나오면서 이번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한 북한의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라고 위협했다.

통신선 복원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고조된 해빙 기대감에 선을 긋고 남북관계 개선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김 부부장은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며 훈련 축소가 문제가 아니라 훈련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남측에서는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관계 회복을 위해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대립해왔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강행하면 북한이 군사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긴장과 식량난 속에 최근 함경남도 일대에 수해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무력 도발' 등의 대대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망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지난 5일 함경남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폭우로 제방이 터지는 사고가 나 주택 수천 세대가 매몰되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함경남도 군사위원회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도내 당·행정·안전·보위기간 책임일꾼과 인민군 군정간부들로 구성된 피해복구지휘조 조직 등을 통해 오는 10월10일 당 창건 기념일까지 "군민 대단결의 힘"으로 수해 복구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전원일치로 채택했다.  

여기에 9~10일 동해 일대에 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것도 함경남도 수해 복구에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상황에서 무력 도발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체제 결속에 집중해 온 북한이 한미훈련을 빌미로 내부 정치 상황을 의식한 대내용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창구 중 하나로 기능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나 노동신문 및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한 대대적 비난전 전개 등이 거론된다.

김 부부장은 앞서 3월에도 상반기 연합훈련을 겨냥해 "3년전 봄날은 다시 돌아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 정세에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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