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조 부은 고용보험 연이은 적자...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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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조 부은 고용보험 연이은 적자...이대로 괜찮나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1.08.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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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스1
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 기자] '고용보험 재정 빨간불, 선심성인가, 제 역할인가…'

코로나19 사태 속 고용보험이 십자 포화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 위기에 따른 실업급여 폭증으로 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라는 지적과 함께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문턱을 낮추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말 지출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금 재정을 안정시키면서도 본래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묘수가 나올지 눈길을 모은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393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2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월 1조원 돌파 기록을 이어갔다.

최근 2년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코로나 발발 이전(2019년 7월 당시 7589억원)과 비교해 큰 격차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만 해도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기금 지출이 누적되면서 연말 적자 규모도 불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11일 펴낸 총수입 결산 분석을 보면 2020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19조8358억원인 반면 지출은 20조4653억원으로 총 629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마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린 돈 약 5조원을 수입으로 반영한 결과다. 실질적인 연간 적자 규모는 5조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고용보험기금은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한다. 반대로 주요한 지출 요인은 실업급여 계정의 구직급여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의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이다.

즉, 거둔 보험료(수입)보다 수당·지원금 지급(지출)을 더 많이 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수입을 확충하고, 재량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지출 규모를 조정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금 상황을 두고 "선심성 정책 탓"이란 비판을 쏟아낸다. 지난 2019년 말 정부는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연장하고, 지급 수준도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확대했다.

비판 진영에서는 바로 이러한 정책에 따라 고용보험에 투입하는 혈세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작년 고용보험기금에 들어온 세금(일반회계 전입금)은 1조1502억원으로 2017년 907억원(2018년 902억원, 2019년 1402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게다가 기금 밖에서 빌린 돈(공자기금 예수금)이 증가하면서 매년 내야 하는 이자도 부담이 됐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앞으로의 이자 부담은 올해 634억원, 2022~2029년 연간 662억원, 2030년 446억원 등 모두 6377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면 정부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보장성은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일본, 독일 등과 달리 자발적 이직에 따른 실업급여 수급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은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기금 목적에 잘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기금 지출 증가는 재정적으론 개선할 숙제를 남긴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위기에 마땅히 '제 역할'을 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최근 노동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고용보험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8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실업급여를 타지 못한 노동자 사례집을 펴내면서 "자발적 퇴사자를 포함한 모든 퇴사자에게 수급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집에는 △퇴직금을 포기하는 대신 실업급여를 타게 해주겠다고 한 사업주 △자발적 퇴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괴롭힘 △정부지원금을 이유로 한 자발적 퇴사 처리 등 실업급여 수급 방해 사례가 포함됐다.

노동계는 이 같은 실업급여 갑질 사례를 봤을 때 우리나라의 고용안전망은 누수가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소위 '사장에게 밉보이면 실업급여도 못 받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개선 노력보다 먼저 기금 재정을 우려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노동계가 국고 지원 증대를 전제로 한 고용보험료 인상에 긍정적인 이유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보험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쓰라고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는 것"이라며 "(기금 재정을) 꼭 필요한 데 쓴다면 요율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진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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