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시행 늦추자" vs "더 강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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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두고 아직도 갑론을박…"시행 늦추자" vs "더 강력하게
  • 이명옥 기자
  • 승인 2021.08.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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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스1
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명옥 기자] 내년 1월27일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노·사가 정부 토론회에서 다시 한 번 맞부딪혔다.

경영계는 지금으로부터 5개월여 앞둔 중대재해법 시행을 6개월~1년 이상 유예할 것을 주장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2인1조 작업과 과로사 방지를 위한 인력·예산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오는 23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시행령 제정안을 두고 노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이다.

노사 양측은 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 규정의 모호함을 하나같이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공통적으로 사용한 단어는 바로 '자의적'이다. 모호하다고 생각한 이유와 규정은 각기 다르지만, 예고된 법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야 자의적인 법 해석과 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서로 같았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시행령만으로는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법령의 범위와 구체적 의무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감독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도 "중대재해법은 형사벌임에도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경영책임자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99%의 대표가 오너인 중소기업은 사고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 유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어도 경영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다"고 우려했다.

양 실장은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이 법을 준수하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하면 법을 준수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를 대변한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장은 "시행령을 살펴보면 누가 어떤 의무를 지켜야 할지 불분명하다"며 "'급박한 위험'을 규정한 대목의 경우 고용부 질의회신을 보더라도 개인의 주관에 맡기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모법의 의미를 축소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장은 "중대재해법 상 안전보건관계 법령을 특정하지 않고 정부의 자의적 해석을 따르면 수사·기소 단계에서부터 자의적으로 대상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안전보건관계 법령 중 핵심 법령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추가 유예 기간을 촉구했다.

임 본부장은 "경영 책임자 의무 준수를 위한 준비 기간을 고려해 법 시행 이후 최소 6개월까지는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특례 규정을 부칙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이 있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최소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 실장 역시 "시행령이 순차 제정된다 하더라도 내년 1월 시행까지는 3개월 남짓 남는다"며 "중소기업의 준비가 사실상 어렵다. 50인 이상 기업에도 준비기간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현장 준비를 고려해 1년의 준비 기간을 부여했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시행이 유예된다. 5인 미만은 아예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노동계는 위험작업의 2인1조 배치와 과로사 근절을 위한 대책을 시행령 제정안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은 위험작업의 2인1조 배치, 과로사 근절·안전 작업을 위한 인력 확보 등 노동계가 요구해 온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경영책임자와 사업주 의무를 '적정' 인력 배치와 '적정' 예산 편성으로 규정했다. 현장 눈높이에 맞는 뚜렷한 기준은 아니란 지적이 많다.

김광일 본부장은 "시행령 위임 사항에서 빠진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에는 위험작업 시의 2인1조 작업과 과로방지를 위한 적정인력 배치 등에 드는 인력·예산 선정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명선 실장은 "법에 규정된 적정한 안전보건관리 비용과 수행기간의 경우 수행기간이 종사자의 1일 생산성 기준에 의해 합리적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구체화해야 한다"며 "안전보건관리 비용도 작업지휘자, 유도자, 2인1조 작업 등 인력의 배치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비용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계는 민간에만 중대재해의 책임을 묻는 법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공공기관의 정당한 인력 및 예산 요청에도 기획재정부 또는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안 하거나 축소해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 인력·예산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장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이날인 19일에도 중대재해법 쟁점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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