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대출중단·축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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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 대출중단·축소 확산
  • 박영심 기자
  • 승인 2021.08.22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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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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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영심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전방위 옥죄기에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등을 중단한 이후 가계대출 중단 및 축소가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9일 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부동산단체대출 승인 등을 올해 11월30일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한데 이어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한도 소진을 이유로 9월말까지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SC제일은행도 일부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들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 이내로 억제하라는 지난 4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상태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임명 이후 압박 드라이브가 더욱 강해졌다. 가계대출 급증을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이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거나 기존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의 '대출절벽'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95조3082억원으로 지난해말(670조1539억원)에 비해 3.75% 늘었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기간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농협은행이 7.11%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4.35%), 우리은행(2.88%), 국민은행(2.58%), 신한은행(2.21%) 순이다. 각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3~5%대로 관리하겠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목표치를 넘어선 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등을 올해 11월30일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긴급 생계자금 등은 예외지만 증액, 재약정을 포함한 신규 대출이 모두 불가한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이다. 우리은행도 한도가 소진된 신규 전세대출 취급을 9월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다른 주요 은행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신규 대출 중단 은행이 나오면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이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더이상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면 그 수요는 풍선효과처럼 다른 은행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몰리면 각 은행이 연초에 세운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4%대에 진입한 하나은행이 당장 영향권이다. 하나은행은 아직 대출 중단이나 한도 축소 등의 별다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말로 향할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율이 5.42%로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도를 축소한 농협은행(6.28%) 외에도 하나(6.02%), 우리(5.61%), 국민(5.61%) 등이 모두 가파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농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11월30일까지 최대 1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상태다.

금감원은 1억원 이하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연봉의 2배'에서 '연봉 이내'로 사실상 절반으로 줄이라고 시중은행에 지시한 상태다. 

지난해말처럼 은행권이 신용대출을 대거 중단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신용대출이 빠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은행들은 한도와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대응했지만 효과가 미미하자 지난해 12월에는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일단위로 은행의 대출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압박해왔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첫 번째 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으며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부동산과 주가 등의 자산 거품을 만들었다고 보고 금융당국이 이 거품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 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제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는 지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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