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풀고, 한은은 조이고...엇박자인가 폴리시믹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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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풀고, 한은은 조이고...엇박자인가 폴리시믹스인가
  • 박영심 기자
  • 승인 2021.08.2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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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영심 기자]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통화당국은 15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에 따른 보완 조치로의 '재정 확대'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을 600조원대 규모로 편성해 확장 재정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예산 규모는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안을 합친 604조원대로 8% 중반대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국민 88%를 대상으로 하는 1인당 25만원의 국민지원금을 다음달 추석 연휴 전에 지급을 시작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분의 10%를 환급해주는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 역시 10월 소비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한은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면서 15개월만에 '긴축 기조'로 선회했다. 지난해부터 4차례에 걸친 추경 등으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금융 불균형이 심화돼 금리인상이 불가피했다.

재정과 통화 정책이 상반된 기조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정책 미스매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는 가운데 재정 확대 정책인 국민지원금이나 캐시백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 가격이 버블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불가피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상황에서도 재정 확대가 지속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의 테이퍼링까지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미 매년 확장 기조를 유지했는데, 최소한 (확장 재정) 속도를 완화해야 정책 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 상황을 재정과 통화 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폴리시 믹스'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금융 불균형 해소와 취약계층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경기회복을 꾀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리인상은 긴축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물가상승 등 금융 불균형의 심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봐야한다"면서 "그럼에도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이 발생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재정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가계 부채의 증가세를 방치하다가 미국이 테이퍼링 조치라도 취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점진적 금리인상과 재정 투입은 병행되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 상황을 '엇박자'로 보고 있는 이들 역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김상봉 교수는 "코로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같은 힘든 분들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하다"면서 "문제는 '전국민 지원'에 가까운 재정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국민지원은 결국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한은의 금리인상 정책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재정 정책은 피해를 입은 계층,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초 단독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들은 당시 "부문별 불균등한 회복과 양극화, 금융 불균형 등 리스크가 잠재한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정교한 조화와 역할 분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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