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책으로 전세시장 폭등…해결책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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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책으로 전세시장 폭등…해결책 나오나
  • 박영심 기자
  • 승인 2021.09.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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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영심 기자] "전세대출이 언제 더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년 초 이사할 계획인 분들까지 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계십니다. 전셋값이 수억원 올라 대출을 못 받으면 재계약이 막혀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고 하소연을 하시는데, 저희도 현재로선 대출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난처할 따름입니다."(A은행 관계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따른 은행권 전세대출 중단사태로 이사를 앞둔 서민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임대차법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수억원씩 급등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대출규제로 돈줄까지 조이자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공포심을 넘어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셋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돈줄까지 막아버리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 '가계부채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때문에 늘었는데 왜 서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이냐' 등의 비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뒤늦게 실수요자 보완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전세대출 중단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자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옥죄자 은행 창구엔 불안한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대출문의가 평소보다 2~3배가량 늘었다.

'농협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전세대출 중단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느냐', '대출 중단이 확산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을 수 없느냐' 등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기준치(연 5~6%)를 넘어서자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3분기 한도가 소진된 전세대출의 취급을 9월말까지 중단한 상태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연 소득의 최대 2배까지 허용되던 은행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9월부터 모든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은행들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옥죄면서도 전세대출에는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 규제 시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1800조원을 넘어서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은행별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그 안에 포함된 전세대출도 규제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국은행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고, 이중 전세자금 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더이상 손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당국은 전세대출이 본래 용도와 달리 투기에 악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억울하기만 하다. 전셋값이 급등해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투기수요와 함께 싸잡아 일괄 규제하면서 부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정책 부작용으로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은 최대 수억원씩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전셋값은 지난해 7월만 해도 4억원대(4억8511만원)였으나, 올 7월 6억3483만원으로 1년새 1억3562만원(27.2%) 뛰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억7130만원(37.0%) 올랐다.

전세의 경우 계약 만기가 있어 세입자들은 2년마다 집주인과 전세보증금을 협의하고 연장 계약(갱신·재계약 등)을 체결해야 한다. 2년 전 전세를 계약해 올해 재계약을 맞은 세입자들은 평균 1억7000여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서민들에겐 대출이 아니고선 마련하기 힘든 돈이다. 혹여 대출에 차질이 생겨 추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집을 비워야 한다. 가뜩이나 정부의 실책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돈줄까지 막혀 길거리에 내쫓길 위기에 놓이자 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은행권에선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준에서 따로 떼어내 관리하거나 대출총량에 반영하는 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세대출 시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걸러낼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과 연관되는 민감한 영역이다 보니 특히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모니터링(감시) 대상에서 분리해 시장 상황에 맞춰 한도를 따로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