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청약제도 개편에 국토부 직원도 헷갈린다' 난수표 된 청약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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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청약제도 개편에 국토부 직원도 헷갈린다' 난수표 된 청약 제도
  • 이명옥 기자
  • 승인 2021.09.0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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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1.7.26(사진출처: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1.7.26(사진출처:뉴스1)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명옥 기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지 34년 지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개편·개정돼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희도 그 횟수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습니다"(국토교통부 관계자)

아파트값 폭등으로 청약 열기가 뜨겁다. 수요자의 관심도 높지만, 청약제도가 수시로 바뀌어 청약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조차 혀를 내두르는 이가 적지 않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8일 또 한 번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이번 개정안은 1인 가구와 소득 기준 초과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 등의 아파트 청약 문턱을 낮췄다. 그동안 가점이 낮아 청약 시장에서 밀려난 1인 가구나 무자녀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층에게 특별공급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시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너무 잦은 제도 개편으로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부작용으로 부적격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난마처럼 얽힌 청약 제도가 어려워 청약을 포기한다는 '청포자'(청약포기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청약제도 방향성조차 정부 출범 초기와 180도 바뀌어 시장 혼란을 더하고 있다. 2017년 당시 가점제를 확대했던 정부는 지난해부터 추첨제 물량을 늘리면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공급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착실하게 가점을 쌓아온 대기 수요자로서는 하루아침에 당첨 가능성이 떨어지는 날벼락을 맞은 것.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 News1 박세연 기자

잦은 제도 개편 탓에 애초에 청약에 도전할 생각을 접는 청포자가 양산되는 점도 문제다. 가뜩이나 수요가 공급보다 높아서 생긴 상승장에 청약을 포기한 이들까지 매매시장에 합류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청약을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안되면 기존 주택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서 "그런데 몇 년 새 방향성까지 틀어질 정도로 계획 자체가 바뀌어 아예 청약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시장에 있다"고 짚었다.

청약제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나오는 부적격 당첨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청약 부적격자는 4만8739명으로 전체 당첨자의 9.8% 수준이다. 이 중 청약 자격이나 가점 항목을 잘못 입력한 사례가 74.8%에 달한다.

난수표 청약 정책에 지난 7월 국토부가 발간한 청약제도 질의 회신집(제도를 풀어쓴 해설집)의 두께가 2년 만에 두 배로 두꺼워졌다. 직전인 2019년 7월 153쪽 226개 질문과 답변에서 314쪽 분량 438개 질문과 답변으로 대폭 늘었다. 

국토부는 청약 제도 개편 횟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청약제도가 포함된 주택공급규칙은 올해 들어서만 4번, 현 정부 출범 이후 총 14번에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전문가들도 청약 제도가 하도 많이 땜질 되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세어도 올해만 네 번째고, 세세하게 조항별로 따진다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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