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IT시스템 또 먹통, 소비자 불만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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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IT시스템 또 먹통, 소비자 불만 폭증
  • 브라이언 홍
  • 승인 2022.11.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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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IT 시스템(일명 '더 넥스트')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최근 몇 달 사이 영업점 전산 시스템에서 장애가 일어나면서 직원과 소비자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의 수도권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 업무 관련 시스템이 장시간 먹통이 돼 고객 항의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인은 전산장애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이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잇따라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통합단말 고도화 단계에서 기존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이 충돌하는 호환성 이슈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통합단말이란 금융거래(입금·출금·예금·대출·카드 등)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일컫는다. 

실제로 인천의 A지점에선 영업 중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전산이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창구 직원이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동안 업무처리가 지연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점의 한 직원은 “요 며칠 사이에 계속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이 되질 않았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B지점에서도 통합단말 시스템이 장시간 먹통이 됐다. 지난 10월부터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고객 대응 업무에 차질을 빚은 것. B지점 관계자는 “시스템이 자꾸 지연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게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그런데도 본사에선 구체적인 공지가 없었고 팝업창을 통해 ‘시행일이 변경됩니다’라는 정도의 설명만 있었다”고 토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일반적인 문제는 아니고 넥스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잡음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점 시스템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고 통합단말 신규 시스템 혼용 중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오픈 시기도 늦췄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신한은행의 전산장애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월 14일에는 예금·입출금과 체크카드 결제 등이 1시간 이상 중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 동안 신한카드 체크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달 5일에는 신한은행 뱅킹 앱에 대한 대규모 업데이트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전산망 오류로 20~30분가량 앱 접속이 지연됐다. 신한은행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해 “내부 전산망 문제로 추정되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이날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에서 전산장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과도한 디지털금융 확대에 의한 전문인력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전산시스템 장애는 주로 차세대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도 안정성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속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IT 전문가는 “은행들의 내부 전산은 특성상 전용선 사설망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버 같은 유지보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 보안 측면에서 안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IT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입수한 ‘시중은행 IT 인력 현황’(8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전체 직원 대비 IT 인력 비중은 평균 8.2%에 불과하다. 전체 임직원 5만4863명 중 IT 관련 임직원 수는 4493명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전체 1만3612명 중 IT 인력이 1040명(7.6%)으로 4대 은행 평균을 밑돌았다. 

은행들은 디지털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잦은 오류가 발생하면서, 은행들이 강조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가 축소되면서 금융 앱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지고 이용자들은 앱이 먹통 될 때마다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개발력이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이 이용자가 갑자기 몰리는 트래픽 등 대용량을 처리하는 대응 능력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들은 앱을 만들고 관리할 때 외부업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내부망과 통합하는 과정 등에서 오류 발생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에 가 있고 금융권에 있는 인력들은 과거 전산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T기업과 은행 간의 개발자의 연봉은 상당히 차이가 나는 수준이라 젊은 개발자들은 은행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기존 인력들과 달리 일부 개발자들에게만 고연봉을 주는 특혜를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은행들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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