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포럼 “現 공익법인제도, 공익활동과 기업 경쟁력의 걸림돌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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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포럼 “現 공익법인제도, 공익활동과 기업 경쟁력의 걸림돌로 작용”
  • 김성현
  • 승인 2022.12.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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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투명성 개선됐지만 소유-지배 논란, 승계 어려움 지속 ... 새 지배구조모델 마련할 시점
8일 ‘기업 공익법인,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색’ 주제로 제8회 공정경쟁포럼 개최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제8회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제8회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의 소유지배구조는 꾸준히 개선되어 왔지만,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활동을 뒷받침해주는 합리적인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8일 상의회관에서 ‘기업공익법인, 대전환기 시대의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색’을 주제로 제8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배구조·공익법인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 지배구조의 유력한 선진모델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경제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영속성과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전문가 패널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석준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오윤 한양대 교수, 김현종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가 참석했고, 경제계 패널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과 주요기업 공정거래 분야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1990년대 이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상호출자 해소, ▲지주회사 체제에 의한 통제, ▲사외이사제 및 다양한 내부위원회 운영 등 괄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별로 기업지배구조가 달라 글로벌 스탠다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권장해 왔다”면서 “기업의 영속성과 ESG 실천 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현재 시점에서는 공익법인 체제 등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권장하였고 현재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29개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여 43개의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석준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는 “지난 20년간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총수 있는 상위 10개 그룹 사례를 보면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지분율은 감소 추세(2004년 3.1% → 2022년 2.4%)인 반면, 계열사 출자라는 가공자본을 통한 내부지분율은 증가 추세(2004년 47.1% → 2022년 59.1%)”라고 설명했다.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의 ESG 경영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기업 공익법인의 설립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공익활동이 확대된다는 차원에서 공익법인체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어디까지나 공익사업이 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기업 공익법인이 지배구조 모델로서 활용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준선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기업지배구조는 꾸준히 개선되었지만, 규제 중심의 제도와 정책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 기업의 미래를 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現 기업지배구조의 대안이 필요한 이유로 ▲지주회사 체제의 한계 ▲Korea Discount ▲기업승계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우선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투명성 제고에 기여했지만, 국내 지주회사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배주주에 이익집중, 자산운용사 신뢰부족에 따른 스튜어드십 코드 실패 등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Korea Discount 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과도한 조세정책으로 인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는 실정 등을 고려할 때 스웨덴 발렌베리家 등 해외에서 모범적으로 운용중인 기업공익법인 제도를 지배구조 모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상속세율이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포함시 6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창업주가 가진 100% 주식이 2세대에는 40%로, 3세대에는 16%로, 4세대에는 6.4%로 급감하게 되어 기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스웨덴 역시 1948년 상속세가 20%에서 60%로 크게 높아지자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공익재단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이전하게 되었고, 한동안 공익법인체제가 주된 소유지배구조로 되었다. 그 중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기업 공익재단을 통해 100여개 이상의 자회사를 소유하는 지배구조를 운영하면서 사회에 대한 봉사와 헌신을 통해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150년간 5대에 걸쳐 기업을 성장시켜 오고 있다.

오윤 한양대 법전원 교수도 “현행 부의 무상이전 세제는 기업집단에 대해 매우 강력한데 이런 세제가 지속되면 국내 그룹들은 결국 해체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국가 경제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합리적인 관점에서 기업집단에 차등적 불이익을 주는 과세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는 “공익법인은 당초 지배구조에 활용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닌 민간 차원의 공익사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업 공익법인이 지주회사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교수는 “기업 공익법인을 지배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폐지, ▲상증세법상 면세비율 상향, ▲공익법인법상 합병규정 보완 등 세 가지 규제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이 영속하는 자체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며, 공익법인은 정부가 해야 할 공익사업을 민간 주체가 대신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세제상 지원은 이미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올해말부터 시행되는 공익법인 의결권 규제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의 출현을 원천 차단하는 규제인 만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보은 교수는 “기업의 영속성 자체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다만 공익법인이 본래의 공익 목적이 아닌 지배력 형성이나 강화를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공익법인 규제의 현실적 필요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석준 미국변호사는 “▲오너일가로부터 독립 운영, ▲설립취지와 부합한 공익활동, ▲공익사업의 성실수행 등 전제 하에 기업 공익법인을 새로운 소유지배구조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오너의 이사장 임면, 지배력 유지·경영권 승계 수단 이용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규제 일변도 정책이 이어져 왔다”면서 “대전환 시대에는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은 강화하고, 동시에 소유지배구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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