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겹치기 국감 증인 요구에 대기업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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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겹치기 국감 증인 요구에 대기업 '몸살'
  • 박영심 기자
  • 승인 2015.09.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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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박영심 기자]   글로벌 경기 악화로 국내 대기업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에도 어김없이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려는 요구가 빗발쳐 대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 사건이 발생한 대기업의 경우 회장이 직접 국감에 출석해 해명할 필요가 있지만 실무 경영진이 증언해도 되는 자리에도 무리하게 총수의 참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를 증인 채택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가 한창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여야 모두가 롯데그룹 지분 구조 등과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및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고 기획재정위원회는 야당을 중심으로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신 회장 증인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와 관련해 "국민이 걱정하는 일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롯대그룹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돼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 회장이 국감에 출석하면 롯데그룹을 둘러싼 논란들이 재조명되면서 다시 한번 여론의 화살을 맞게 되는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최근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국회의 궁금증을 빨리 해소함으로써 국감 출석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국감에 신 회장 대신 부회장이나 사장급 임원진을 대신 출석시킬 가능성도 있다.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

조양호 회장 증인채택과 관련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은 "일단은 국회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 143일간 수감생활 후 출소해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국회에 또다시 불러세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지난 5월 22일 출소 후 한 번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미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이목끌기'나 '망신주기'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활동하고 있어 증인 채택이 해외에 알려지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회장도 국감 때마다 증인 단골손님으로 거론되는 재벌 총수 중 한 명이다. 자동차그룹 특성상 환경, 노동, 산업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한 무역이득 공유제에 대한 입장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 정 회장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지나친 조치라고 반대하고 있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치권이 국감 증인 채택 시 현대차나 기아차[000270]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하면 될 사안을 굳이 정몽구 회장을 불러 이슈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증인이 필요하면 해당 기업 실무자가 참석해 성실히 답변하면 되는데 굳이 최고경영자를 부르는 것은 업체 입장으로선 적지 않은 손실"이라면서 "온종일 대기했는데 한두 마디 물어보고 끝나거나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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