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앤디현 기자] 범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 행사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주요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할인품목 수, 할인율 등이 '블랙프라이데이' 간판에 미흡하다는 비판 속에 이 같은 매출 증가가 초기 '반짝' 관심에 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소비 심리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첫날인 1일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은 작년 비슷한 시점과 비교해 최대 20% 안팎까지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일 매출이 당초 잡았던 첫날 목표를 20% 정도 웃돌았다. 지난해의 같은 날(10월 1일)보다 7.8%, 같은 10월 첫째주 목요일(10월 2일)보다 28.2% 각각 많은 수준이다. 작년 가을 세일 첫날은 10월 1일이었지만, 올해 롯데의 가을 정기 세일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됐다.
전일호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장은 "개장 전부터 정문 앞에 수 백명의 고객이 대기했고, 어제 하루 평소보다 2∼3배 많은 고객이 몰렸다"며 "평일인 점과 궂은 날씨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편이었다. 특히 식기, 구두, 핸드백 상품군의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의 1일 매출도 지난해 동기(10월 1일) 대비 29.8% 늘었다. 여성의류(38.5%), 스포츠(37.0%), 남성의류(29.4%), 아웃도어(29.3%), 명품(23.4%), 주얼리·시계(26.6%) 등의 실적이 좋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행사 첫날 본점에만 평소의 두배 수준인 7만명이 다녀갔다"며 "이번에는 홍보 효과가 일반 정기세일보다 컸고, 대형행사가 많았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0월 2일과 비교해 3.8%, 같은 달 1일보다는 1.1%씩 매출이 늘었다. 주로 남성패션, 영패션, 잡화 코너에 사람들이 몰렸다.
대형마트들의 매출 증가율은 백화점보다 크게 낮은 2%대에 머물렀다. 이마트의 1일 매출은 작년 같은 10월 첫째주 목요일(10월 2일)보다 2.6% 많았다. 가전상품 매출이 60.5%나 뛰었고, 패션용품과 생활용품도 각각 19.8%, 10.5% 증가했다. 롯데마트 매출도 작년 10월 2일과 비교해 2.4% 증가했다. 의류잡화(18.1%), 생활용품(10.5%)의 성장률이 10%를 넘었다.
홈플러스는 매출이 2.5% 늘었다. 증가율은 낮지만, 추석 직후 마트 매출이 급감하는 특성과 지난해 10월 2일이 개천절 연휴(10월 3일) 효과로 매출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1일 목표 매출을 100% 이상(달성률 104.2%) 달성하는 등 가전, 가구 등 내구재 상품을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국경절 연휴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들이 몰려들면서 면세점 매출 역시 늘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1일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 동기(10월 1일)보다 5% 많았고, 신라면세점 매출도 4% 늘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3분기에 크게 고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유통업계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까지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소비심리 자체가 호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8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 롯데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추석 당일 기준)보다 11.8%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8.3% 증가했다. 대형마트의 추석 매출 증가율도 2∼3%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직 소비 회복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리아그랜드 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첫 시작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으로 인한 방문이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