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주도 구조조정 시작부터 '엇박자'…시장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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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주도 구조조정 시작부터 '엇박자'…시장혼란 가중
  • 앤디현 기자
  • 승인 2015.1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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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앤디현 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진두지휘할 범정부 협의체까지 만들었지만 시작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부처 간 이견으로 통일된 구조조정 전략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별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논의까지 흘러나오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산업 발전기처럼 정부가 주도해 개별기업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통상마찰 소지는 물론 산업경쟁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각 정부부처와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어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관계 정부부처는 물론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구조조정 관련 기관과 국책은행도 참여한다.  협의체에서는 국내외 산업동향 및 산업·기업에 대한 정보공유·분석, 기업부채의 국내 주요산업 영향과 파급 효과 분석을 진행한다.

신속한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채권은행 차원의 재무적 판단을 넘어 국가 전체 차원에서 큰 틀로 바라보는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협의체가 오히려 시장에 혼선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의 합병설에 따른 시장 혼란이다.

해운업은 현재 국제 교역량 감소와 선박운임의 비정상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꼽힌다.  정부가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양사의 합병 검토를 한진해운 측에 요청했고, 한진해운 측이 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게 합병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은 지난달 28일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 측은 "정부로부터 (합병) 검토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정부도 강제 합병을 추진한다는 등의 후속보도가 잇따르자 금융위원회는 9일 해명자료를 내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합병 권유 사실을 부인했다.

정부가 두 기간 해운사 합병에 대한 내부 검토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지 벌써 수년 째"라며 "그동안 숱한 안이 거론됐고 그 중에 양사의 합병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반대 입장이 명확해 합병안은 백지화하는 쪽으로 정리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부처 간 구조조정 실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여건상 양대 선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두 해운사가 가입된 동맹체가 다르고 운항노선이 중첩돼 합병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진해운의 발표와 달리 금융위가 합병 권유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태는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두 해운사의 주가는 정부의 강제 구조조정 추진설로 9일 동반 급락했다. 정부 협의체의 혼선과 설익지 않은 정보의 유출이 시장 혼란만 부추긴 셈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협의체의 구성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도해 특정 부실기업을 합병하고 거기에 금융지원을 한다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금지하는 산업 보조금에 해당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산업합리화 정책을 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국내외 경제환경이 너무나 달라졌다"며 "설사 정부주도 방식으로 부실기업을 재편한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 보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현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를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개별 기업의 정상화 방안에까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실무 협의체 차원에서 업종별 현황과 전망을 논의하고 있다"며 "개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후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협의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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