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황명환 기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영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되자 3천억원을 들여 새단장한 제2롯데 에비뉴엘동 7∼8층 활용 계획을 두고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시내면세점을 만들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활용 계획을 꾸려놨기 때문이다. 롯데그룹과 롯데물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잠실점을 월드타워로 이전할 당시 '집주인' 롯데물산은 면세점을 운영하는 '세입자' 호텔롯데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한은 20년이었다.
기존에 10년마다 자동 갱신됐던 면세점 특허가 관세법 개정으로 5년마다 다시 심사를 받아 획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35년간 면세점을 운영해 온 롯데가 시내 면세점 매출 3위인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빼앗길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기업의 면세사업 독과점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부진 속에 면세점만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롯데는 중국인 관광객 덕에 고속 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시는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이어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올해만큼 크지 않았다.
때문에 롯데는 지난해 10월 제2롯데 일부를 개장하면서 에비뉴엘동 7∼8층에 3천억원을 투자해 면세점 잠실점을 옮겼다. 월드타워점은 총면적 1만990㎡ 규모로 국내 시내 면세점 가운데 최대이고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크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에 5년간 1조2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입점 브랜드를 다양화해 2020년에는 1조5천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등 10년 안에 월드타워점을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달 관세청이 발표한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들면서 월드타워점은 기존 특허가 끝나는 올해 12월 31일로부터 길어야 6개월 안에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면세점이 있던 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이 호텔롯데와의 임대차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해야 할지, 혹은 계약을 유지하면서 호텔롯데가 다른 상업시설을 유치해야 할지 등 여러 대안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사업적·법률적 검토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2017년 특허가 끝나는 코엑스점을 월드타워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제2롯데 입점 계열사 대표들은 이날 오후 7시께 롯데물산에서 면세점 월드타워점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할 계획이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를 비롯해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등 7명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매우 특수한 상황인데다 아직 관세청의 발표가 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면세점이 있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관련 계열사가 여러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