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價 고점대비 3분의 1…韓 관련 업체들 신용등급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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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價 고점대비 3분의 1…韓 관련 업체들 신용등급 강등
  • 앤디현 기자
  • 승인 2015.11.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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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현 기자=코리아포스트]    원자재 가격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원자재가격 추락은 신흥국 전반에 위기를 초래하면서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관련 기업들은 고전하고 있다. 올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한국 기업 중 3분의 1은 금속과 화학, 석유 등 원자재 관련 기업들이다.

◇ 3분의 1 토막난 원자재가격 더 내릴 가능성 크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원유를 비롯해 구리, 니켈 등 19개 원자재 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CRB 지수는 지난주 183.7까지 떨어져 2002년 11월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RB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기록한 고점(472.3)에 비해서는 38.8% 수준으로 추락했다. 원유 가격과 철광석 가격은 끝없이 추락해 각각 2008년 7월과 2011년 2월 기록한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가격(3개월 선물)은 지난주 1t당 4천580달러로, 2009년 5월 셋째 주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1년 고점(1만50달러)에 비해서는 45.5%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니켈가격도 1t당 8천730달러로 2003년 7월 이후 12년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가격은 2007년 5월 4일 기록했던 고점(5만1천600달러)에 비해서 16.9% 수준으로 꼬꾸라진 것이다.  알루미늄은 1t당 1천447달러로 떨어져 2009년 5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2008년 11월에 나타났던 고점(3천317달러)에 비해서는 43%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의 근본원인은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와중에 기조적 공급과잉에 있다며 이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금속 수요에서 중국 비중은 40∼50%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던 2000년 전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과거 1970∼1990년대 약세장(베어마켓)에서 원자재 가격이 15년간 추세적으로 하락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던 경험을 떠올려서다.

아직 원유와 구리 가격은 2000년대 원자재 가격 급상승 전의 2~3배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정의민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2010∼2011년을 정점으로 장기적인 약세장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까지는 약세장의 전반부로 추가하락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원자재팀장은 "원유나 산업금속 등 모든 부문에서 과잉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이 부도를 내 공급 쪽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흥국 경기둔화에 가장 타격 큰 국가는 한국"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에 가장 타격이 큰 국가로는 흔히 한국을 꼽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앞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해 2017년까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 영국 등과 함께 2.5%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흥시장 수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0% 증가했는데, 만약 앞으로 연평균 5%씩 감소한다면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당장 한국의 수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이달초에 발표된 한국의 10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5.8% 줄어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액은 올들어 10월까지 평균 7.6% 줄어들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0월 수출 감소는 석유제품(-44.9%), 석유화학(-31.6%), 철강제품(-29.6%) 등이 주도했다. 모두 원자재 관련 품목이다. 올들어 10월까지 석유제품 수출은 37.3%, 석유화학은 21.7%, 철강제품은 13.1%씩 각각 감소했다.  국제금융센터 오 팀장은 "자원 빈국으로서 원자재를 수입한 뒤 가공해서 수출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축복이라고 봐야 하는데,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지나친데다 중국의 성장둔화로 전반적인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면서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들어 신용등급 강등 한국기업 45개…31%는 원자재기업

원자재 관련 기업들은 이미 치명타를 입고 있다. 올들어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했고, 신용등급 강등은 역대 최대로 이뤄졌다.  한국 원자재 관련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 45개 중 금속업종과 화학·석유·고무·플라스틱 업종 등 원자재 관련 업종에 속한 기업은 14개로 전체의 31.1%에 달했다.  금속업종에 속하는 동부메탈은 신용등급이 연초 B-에서 C로 강등돼 원자재 관련 기업 중에는 가장 위기에 몰렸다.

올들어 부도를 낸 한국기업은 건설업체인 삼부토건과 동부건설, 영상·음향 및 통신장비업체인 코아로직 등 3곳이다. · 내년에도 상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신평 양진수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업체들 중 원자재 관련 업체들이 주를 이뤘다"면서 "당장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업체가 18개로 긍정적인 업체 4개보다 4배 이상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은 신용등급이 하향되는 업종이 건설, 해운 업종에서 조선, 철강, 에너지, 발전 등 원자재 관련 업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정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약세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기업이나 업종에 대해 보수적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선진국 양적완화가 이뤄지는 동안 부채가 많이 늘어난 신흥국 주요 원자재 기업들의 위험징후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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