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없이 문 여는 신규면세점…'5년 특허'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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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없이 문 여는 신규면세점…'5년 특허' 후유증
  • 황명환 기자
  • 승인 2015.1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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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황명환 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 재허가를 두고 치열하게 전개된 '면세점 대전'은 일단 막을 내렸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규 면세점 허가 업체들은 개점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재허가에 실패한 업체들은 탈락의 충격 속에 고용 승계와 재고 정리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면세점 역시 업계의 지형 급변 속에서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 과열 유치경쟁에 콧대 높아진 명품…개선책 없나

당장 신규 면세점 개점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면세쇼핑의 큰손인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를 잡으려면 최고급 브랜드를 유치해야 하지만, 명품 업체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5년짜리' 특허 제도 속 신규 면세점들의 명품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명품들이 진정한 '갑(甲)'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된 용산 아이파크몰의 HDC신라면세점은 이달 24일 문을 연다.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 63'도 28일 개점한다.  정식개장에 앞서 일부 매장만 먼저 운영하는 '1차 개점'이지만, 명품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다. 두 면세점은 현재 명품 업체들과 협의 중이며 내년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 등 명품 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갈 만큼 올라간 상황이어서 적절한 조건에 유치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22일 '갤러리아면세점 63' 개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입점을 꼭 희망하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충분히 출점해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두 곳은 면세점의 핵심 중 하나인 명품 브랜드 없이 일단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정부가 연내 개점을 재촉한 것도 두 면세점이 일부 매장만으로 부랴부랴 문을 여는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지난달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와 두산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명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5년짜리 허가가 되풀이되면 이러한 '혼란'이 계속되고 면세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면세점 경쟁 속에 한국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남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가 면세점 특허심사 개선 논의를 시작해 어떤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기존 사업자에게 가점을 주는 등 5년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신청자를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하는 현행 심사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도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한 면세점 제도 개선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 탈락업체들, 충격파 여전…고용승계 어쩌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등 지난달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재허가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업체들은 여전히 탈락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워커힐점의 특허 만료일은 지난달 16일이었고, 관세청으로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을 받았으며 이 기간이 지나면 24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은 지켰지만 그룹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에 있는 월드타워점이 탈락했다.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만료일은 이달 말까지로, 역시 관세청으로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탈락 업체들은 최장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하면 워커힐점은 내년 5월, 월드타워점은 6월에 문을 닫게 된다. 앞으로 길어야 6개월간 '시한부' 영업을 하는 셈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입점 업체나 직원들까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폐점일까지 사실상 '재고 처리'를 위한 영업을 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용 손실을 보게 된 면세점은 재고 처리가 가장 큰 문제다. 사업 구조상 면세점은 내년도 제품의 매입까지 마친 상태여서 폐점 전까지 정리하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게 된다.

매장을 철수해야 하는 입점 업체들도 불만이 많다.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재심사하는 우리나라 면세점 제도에 반발하는 항의하는 서한을 관세청에 보내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롯데 소속 직원 150여명과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1천여명 등 1천3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에는 면세점 소속 직원 200명가량과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700명량 등 약 9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 불안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여직원들은 고용 안정 보장과 현행 면세점 특허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면세점 직원은 "면세점 재허가 탈락 후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업체가 해결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며 "고용 승계가 된다고 해도 너무 먼 곳으로 가게 되면 출퇴근과 육아가 쉽지 않을 텐데 너무들 쉽게 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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