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낮추고 살아남자…기업들 '생존경영'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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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목표낮추고 살아남자…기업들 '생존경영' 비상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6.01.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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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정상진 기자]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전자,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업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생존경영'을 올 한해를 풀어갈 화두로 던졌다.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의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집념과 열정으로 마지막 1%까지 끈질기게 철저히 실행해달라"는 주문도 신년사에 담겼다.  이처럼 절박한 '생존경영' 전략의 등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066570]의 부진과 맞닿아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에 76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MC사업부문이 적자를 낸 것은 6분기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21% 줄어든 3조3천77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TV 사업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의 뒤를 추격하면서 확고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은 370억원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지만 정작 돈벌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위기 속에 LG전자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사업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전자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는 현재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나아가 LG화학[051910] 등 다른 계열사와 힘을 합쳐 전기차 구동장치 쪽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올해 기업 전략 화두 역시 '위기'와 '생존'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8일 삼성그룹 수뇌부와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그룹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은 "위기 의식을 갖고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신사업을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은 이미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등 생존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는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연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5조원이 넘는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새 먹거리 발굴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중국 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생산·판매 목표를 지난해 목표보다 7만대 낮춰 813만대로 설정했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최근 세계 경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은 새해 판매 목표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미래 기술개발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친환경 전용차 출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해외시장 론칭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경영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계의 올해 목표도 '생존'이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7천억원 줄인 21조6천396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했고 대우조선해양[042660] 정성립 사장은 "올해가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조원대 부채에 시달리는 현대상선[011200]이 올해를 맞는 자세는 더 비장하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는 지난 4일 시무식에서 화성에 홀로 낙오돼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영화 '마션'의 대사 중 '포기해 버리고 죽을 것이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를 인용해 "우선 시작하자, 무작정 시작하자"고 힘줘 말했다.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며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온 철강업계는 올해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주력한다.  포스코[005490]는 지난해 국내외 19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도 35개사를 줄일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상무는 5일 "지금 경제·산업이 어려운 이유가 글로벌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각 업종에서 한두개 기업이 넘어가야(망해야) 나머지 기업이 살 수 있는 엄혹한 상황이다 보니 그룹 총수들이 '이기고 앞서가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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