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인도 중앙은행 라잔 총재 거취에 시장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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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인도 중앙은행 라잔 총재 거취에 시장 이목 집중
  • 김우진 기자
  • 승인 2016.01.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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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능한 중앙은 총재" 평가… 퇴임시 인도발 주가하락 유발 가능성
▲ 지난해 6월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중앙은행(RBI)의 라구람 라잔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를 7.25%로, 0.25%포인트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김우진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중앙은행 총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라구람 라잔 인도준비은행(중앙은행) 총재의 연임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면 중국 주식시장의 주가폭락으로 한해를 시작한 세계 증시가 올해 인도발 주가변동으로 또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라잔 총재는 인도에서 '슈퍼스타'로 불린다. 2013년 9월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이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인도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주도해 왔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는 3년. 그의 임기는 9월까지다. 연초부터 그의 연임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인도 시장조사회사인 크리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달마킬티씨는 "라잔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중앙은행 총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작년 8월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그가 "중앙은행 총재의 임기는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회견장에 일순 긴장이 흘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관한 질문에 그가 임기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봄 "라잔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전무로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에 나돌자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한차례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 소동은 본인이 현지 신문 인터뷰를 통해 소문을 부인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시장에서는 지금도 그의 거취를 둘러싼 여러 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라잔 총재는 2013년 취임 직후 급락하던 루피화 구매 우대책 등의 금융대책을 발표하고 곧바로 금리를 올렸다. 브라질 헤알화와 함께 "프레질 5(취약한 5개국)"로 불리던 루피와 가치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식료품 가격을 짧은 시간에 안정시켜 "라잔효과"라는 시장의 칭송을 받았다.

작년 들어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자 곧바로 금리 인하를 단행, 적시에 경기를 부양했다. 그는 기민한 정책운용으로 취하는 정책마다 성공해 중국의 경기둔화는 남의 일이라는 듯 인도를 확실하게 신흥국 중 '승자'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인도 주가지수인 SENSEX는 라잔 총재 취임 이후 한때 약 1.6배로 올랐다. 인도의 대표적 경기민감주의 하나인 국영 인도스테이트은행 주가도 한때 약 2.3배로 껑충 뛰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까워지자 자금이탈우려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여러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했지만 인도 루피화 가치는 안정을 유지했다. 정책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한 작년 12월 정책결정회의가 끝난 후에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금리 인상을 "극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라잔 총리의 임기는 연장이 가능하다. 전임 총재도 임기를 연장해 5년간 총재를 지냈다. 전례가 있는데도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룬 자이틀레이 재무장관과의 사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장관이 작년에 중앙은행의 채권시장 감독권한을 박탈하려 하자 라잔 총재가 모디 총리와 직접 담판을 벌여 좌절시킨게 소문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에는 높은 성장을 이룩하려는 정부로부터 금리 인하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라잔 총재는 정부에 재정 건전성과 세제, 토지수용법 개정 등 정치,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는 가을에 퇴임하더라도 "갈 곳"이 얼마든지 있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하기 전에 그는 미국 경제학계의 최고봉인 시카고 대학의 잘 나가는 유명교수였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절에는 2000년대 후반의 세계적 금융위기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세계에서 오라는데가 많다. 작년 11월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부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는 헤지펀드사의 한 간부는 "라잔이 퇴임하면 인도시장에서 공매도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만모한 싱은 후에 총리를 역임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라잔 총재가 언젠가 정계에 투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계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재무부와 인플레 목표에 합의하는 등 그의 만만치 않은 수완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에는 "모디 총리가 경제개혁의 기수인 라잔 총재를 물러나게 할 리가 없다"거나 "라잔 총재는 정치적인 유연성도 있어 정부가 요청하면 임기연장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의 주가폭락으로 인도를 포함,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며 시작한 올해 라잔 총재의 거취가 결정되는 가을 "X데이"라는 불씨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 기자회견하는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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