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더 얼어붙었다…제주만 '반짝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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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체감경기 더 얼어붙었다…제주만 '반짝 봄'
  • 김우진 기자
  • 승인 2016.01.12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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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기전망지수 작년 4분기 87→올해 1분기 81 '뚝'
▲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 면세점

[코리아포스트 김우진 기자] 지난해 6%의 높은 경제성장(한국은행 추정)을 이뤄낸 제주의 새해 첫 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100)를 훌쩍 뛰어넘어 111을 기록했다.

중국 등지에서 오는 관광객의 꾸준한 유입으로 활발한 소비·투자가 일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제주의 봄'과 대조적으로 전국 대다수 지역은 참혹한 '동토의 겨울'이다. 새해 첫 분기의 전국기업경기전망 지수는 81로 지난해 4분기(87)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2천400여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201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BSI 지수는 기준치를 하회하는 81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88), 4분기(87)보다 하락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경기 둔화 전망과 함께 더딘 내수회복이 체감경기 하락세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제주만 유일하게 기준치를 넘었다.

상의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 러시에 국내에서도 제주살이 열풍이 가세해 소비·투자 증가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 인구는 5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2010년 57만7천여명에서 작년 11월 기준 63만9천여명으로 늘었다.

제주상의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등 대규모 공공건설사업과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기업의 제주 이전이 경기전망을 밝게 한다"며 "지난해 최초로 1천300만 관광객을 돌파할 정도로 단체 관광이 증가한 것도 호조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한 건강식품 제조기업은 "중국 관광객 구매가 꾸준히 느는 데다 제품 경쟁력도 판매 호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을 살펴보면 IT·자동차 관련 기업이 많은 충청권의 BSI는 8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침체의 늪에 빠진 철강·조선업체가 많은 호남권(77), 대구경북권(67)은 경기 전망을 매우 어둡게 봤다.

수출기업 BSI는 88로 지난 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반면 내수기업은 80으로 전분기 대비 7포인트나 급락했다. 대기업(79)이 중소기업(82)보다 낮았다.

방송 특수차량을 수출하는 경기도의 한 기업은 "동남아 신흥국의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크게 줄고 중국의 저가공세로 점유율마저 밀려 큰 타격"이라고 한숨지었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 보니 제조업체들은 사업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웠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4.3%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72.6%가 '불확실한 경제여건'을 꼽았다.

남재현 고려대 교수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짙어 소비와 투자 모두 침체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려울수록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혁신에 나서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내년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는 소비심리 회복(38.2%), 규제개선(21.0%) 등을 들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해 말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기업인들의 심리를 살려 투자와 생산 회복이 본격화하려면 내수활성화가 지속하고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역별 기업경기전망지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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