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라이프도시, 남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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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라이프도시, 남양주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6.02.0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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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도시, 건강, 복지, 문화, 행정의 융복합,

[코리아포스트=김정미 기자]    최근 슬로라이프가 새로운 일상의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먹방, 쿡방으로 치달리던 방송 프로그램에 어느덧 집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화면은 점점 더 평범한 일상의 장소를 파고든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문형 수제버거를 내놓고, 화장품, 가구, 식품회사들도 친환경, 핸드메이드, 전통방식의 신제품들을 쏟아낸다. 슬로라이프를 앞세운 대형마트는 물건만 팔던 곳에서 즐기고, 쉬고, 느낄 수 있는 공간임을 자랑한다.
슬로라이프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의 반대로 촉발되어 전통방식의 좋은 음식을 찾아먹자는 음식운동과는 양상이 매우 다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도시 자체가 슬로라이프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는 곳이 있다. 남양주시는 슬로라이프를 ‘음식, 도시, 건강, 문화, 복지, 행정이 시스템, 네트워크, 콘텐츠의 융복합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핏줄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넘어 21세기 도시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변화에 대해 남양주시는 이렇게 강조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시민들의 정주환경. 문화, 스포츠, 복지, 교육을 위한 다양한 도시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왔습니다, 도시는 시민의 행복이 지속되고, 일자리가 안정되고, 서로를 배려하고 나눌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2020년 100만의 슬로라이프도시 남양주를 위해 시스템, 네트워크, 행정조직개편과 혁신을 위한 스타드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진정으로 도시의 표정을 바꾸려면 혈색이 좋아야 건강하듯, 도시의 핏줄을 이루는 건강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자연이 서로 성장 속도를 맞춰 조화를 이루듯이, 도시에서도 시민들의 생활과 행복의 속도에 맞는 경제와 시스템이 도시의 핏줄을 타고 움직일 때, 도시표정이 비로소 바뀝니다. 그 변화를 위한 건강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슬로라이프입니다. 슬로라이프를 우리가 ‘제 속도의 생활미학’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슬로라이프 ‘제 속도의 생활미학’은 지난 30년동안 ‘느림의 미학’으로 알고 있던 속도의 개념을 넘어선다. ‘제 속도’의 의미는  패스트와 슬로가 더 이상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빠르고 느림이 서로 인정되고 공존하는 사회임을 말한다.

‘생활미학’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방법의 지혜를 모아 일상의 즐거움을 찾자는 소박한 행복론을 담고 있다. 굳이 정리하자면 SLOW(Sustainable, Local, Organic, Water)는 지속가능하고, 지역에 중심을 두고, 공생과 순환의 유기적 생태관계를 맺고, 물처럼 깨끗하고 가장 보편적인 일상의 가치를 담는다는 뜻을 가진다.

이제 옥스퍼드 사전에  SLOW가 새로운 언어로 등재될 지도 모른다. 
느림은 달팽이가 연상되지만 남양주시가 슬로라이프의 상징으로 거북이를 택한 것은 그만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슬로라이프국제대회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밥상포를 연상시킨 슬로라이프의 거북이 로고는 ‘세계인의 밥상나눔’이라는 다소 생소한 대회 주제를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큰 몫을 했다.
한국에서 밥상은 삶의 형편이고, 소통이고, 일상의 단면이다. 우리의 밥상은 농업을 닮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200여년 전에 농업에 대해 이렇게 말씀 하셨다.
“농업이란 하늘(天時)과 땅(地利)과 사람(人和)이라는 3재(三才)가 어울려 농업의 道를 일군다.”
200년 전이 아니라 천년이 지나도 농업은 삶의 근간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농업은 밥상이다.
그래서 밥상이란 단순히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이 아니라 ‘음식을 마주한 인간’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음식자체보다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삶에 있어서 자연의 속도에 맞춰 인간의 태도와 관계를 3농(三農)으로 말씀하셨다.
오늘날 밥상에 둘러앉은 우리의 모습 속에서 다산의 삼농사상(후농, 편농, 상농)은 씹을수록 단맛이 낸다.
 
“후농(厚農), 대저 농사란 장사보다 이익이 적으니 정부가 각종 지원을 베풀어 “수지맞는 농사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편농(便農), 농업이란 원래 공업에 비하여 농사짓기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니 경지정리, 관개수리, 협동화를 통하여 농사를 편히 지을 수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상농(上農), 일반적으로 농민의 지위가 선비보다 낮고 사회적으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함에 비추어 농민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산선생이 말한 ‘후농’은 넉넉한 농촌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제적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생산품에 대한 물건 값의 높낮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에 있어서 노동의 가치와 생산물의 가치를 소비자가 밥상위의 가치로 온전하게 옮겨올 수 있는 관계, 즉 가치전달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통의 심각성도 포함된다. 보다 건강한 사회는 보다 나은 경제적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편농’은 편안한 농업을 말한다. 오늘날 지속가능한 식량 확보와 환경을 고려한 미래적 관계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상농’은 위하는 사회, 즉 농민을 위하고 서로를 위하는 사회적 관계를 이야기한다. 오늘날 소통을 넘어 공감하는 사회의 근간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삼농사상은 슬로라이프가 추구하는 삶의 관계, 건강, 환경, 공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5년 국제대회 기간중 남양주 청소년수련관에서 ‘다산과 슬로라이프’라는 주제로 슬로라이프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건강, 환경, 공감이라는 슬로라이프 3대가치가 어떻게 다산의 3농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다산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석학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21세기 지구촌의 밥상문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철학자로 다산의 연구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었고, 더불어 슬로라이프 철학은 다산의 실학사상에 뿌리를 두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계속 연구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2천만 수도권 시민이 아끼는 깨끗한 물 팔당, 다산 정약용의 고향 능내, 새의 날개 짓으로 편안히 내려앉는 두물머리 물의 정원, 유기농테마파크, 서울에서 30분, 한번쯤 쉬고 싶은 강변풍경의 절반은 남양주 조안에 있다.
주말에 잠깐 운길산역에 내려서 수종사에 올라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것은 수도권에서 한 낮의 산책으로는 최고의 투어가 아닐 수 없다.

조안이 왜 우리나라 유기농의 메카이고, 왜 이곳이 슬로라이프 문화의 본향인지 점심 먹으면서 누구나 이야기하게 된다.
조안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그것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온 지역에서의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조안뿐만이 아니다. 남양주시는 2016 1월4일부터 전국 최초로 책임읍면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특성에 맞춰서 시정을 펼치는 작은 청사라 할 수 행복복지센터가 8개 권역에 들어섰다.
슬로라이프도시는 ‘음식, 도시, 건강, 문화, 복지, 행정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융복합적인 시스템이고 네트워크란 점에서 남양주시는 슬로라이프 도시밥상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그 밥상 위에는 슬로리딩, 슬로워킹, 슬로리빙, 슬로쿠킹, 슬로힐딩 등 다양한 형태의 슬로라이프 콘텐츠들이 올라감으로써 슬로라이프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휴대전화를 끄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의 재발견’인 슬로리딩은 남양주시의 10개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슬로라이프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 한 줄을 읽어도 장면을 상상해서 그림도 그려보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혹은 반대 입장에서 가상의 대화도 나눠보는 충분한 느낌을 새기게 된다.
슬로리딩은 단순히 책을 읽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생각하는 힘이 기르자는 것이다. 생각이 창조를 낳기 때문이다.
  
한강 삼패지구에서 팔당역을 거쳐 두물머리, 운길산까지 연결된 12개 코스의 다산길과 강변을 따라 금남리로 이어진 20여km 강변의 자전거, 리버워크 공간에서는 슬로라이프가 슬로워킹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제 걸음걸이로 걷고, 오르고, 뛰고, 달리는 몸의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음식, 자연, 문화, 사람에 대한 즐거움이 일상의 생활을 건강하게 하는 에너지 역할을 하는 것이 슬로워킹이다. 슬로워킹은 자신의 몸의 발견이고, 제 몸에 맞춘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즐길 줄 아는 시간이다.
 

어린이가 요리를 한다는 것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텃밭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그 채소와 친해지는 놀이과정이다. 채소가 맛있고 좋은 100가지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도 있다. 숫자에서 음악이 들리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어느새 여러 가지 도구를 두드리는 모습이 빵을 만드는 청소년들의 모습이라면 이것이 슬로쿠킹이라 말할 수 있다.

슬로리빙, 슬로힐링 슬로라이프는 개인의 만족, 가족의 행복, 공동체 나눔, 서로 배려하는 관계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천가지의 언어, 천가지의 모습으로 도시의 표정을 만들어 진다. 진정한 도시혁명이란 그렇게 시민이 연출하는 천가지 도시표정이다.
 
전철이 도농역에 들어서거나, 강변을 달려온 버스에서 팔당대교가 바라다 보이거나, 왠지 거리의 표정이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남양주시에 들어선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슬로라이프 도시 남양주에 우리가 어느새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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