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단체 "교황, 트랜스젠더에겐 자비롭지 않은 듯"

2016-08-04     김형대 기자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가톨릭에서 불허하는 성 소수자를 포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을 선택하는 것은 창조주 섭리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성 소수자 단체들이 실망감을 나타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성 소수자(LGBT) 그룹과 인권단체 지도자들은 교황의 발언을 "무지하다"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주 폴란드에서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런 내용이 담긴 교과서를 학교에서 기부자와 후원국가로부터 받아 가르친다며 '이데올로기 식민화'까지 거론했다.

주요 가톨릭계 성 소수자 단체인 '디그너티 USA'(Dignity USA)의 마리안 더디 버크 집행위원은 "키나 머리카락 색깔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성 정체성도 마찬가지"라며 "교황의 발언이 위험스러운 무지를 드러냈다"고 단언했다.

버크 위원은 "육체적으로 타고 난 성별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특히 이들을 폭력의 피해자로 내몰 수 있는 법이나 문화적 압력이 상당한 지역에서 그런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교황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동성애 클럽 총기 난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옛 기독교도들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한 데 대해 여태껏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은 교황의 이 발언을 두고는 성 소수자 사회에 '희망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이후에도 동성애 신자들에 대해 하느님을 찾는 마음이 신실하다면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Who am I to judge?)라고 밝혀 진보적 진영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사라 맥브라이드 대변인은 "교황의 최근 발언 중 분명한 것은 (성 소수자 중에)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관용의 정서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교황이 (다른 성 소수자들과는) 다른 기준을 트랜스젠더에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일생을 다룬 책 '위대한 개혁가'(The Great Reformer)를 쓴 오스틴 이버리는 교황의 이번 발언이 트랜스젠더에게 적용되는 이른바 '성 이데올로기'를 배척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버리는 "성은 신의 선물이자, 창조된 세계의 일부라는 게 교황의 관점"이라면서 "성은 골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는 '성 이데올로기'는 실제 인간에 부합하지 않는 추상적 개념으로 교황은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 문제와 관련한 자료집인 '사랑의 기쁨'이 발간, 배포된 지난 4월에 성 이데올로기가 가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성 소수자 그룹들은 성 정체성이 선택되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는 점을 교황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 대변인은 "교황은 그간 박애와 동정을 여러 차례 표시했다"면서 "그러나 교황의 발언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에게 상처와 오해를 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