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스리랑카 법정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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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스리랑카 법정에 세운다
  • 양완선 기자
  • 승인 2016.05.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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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남은 스리랑카는 최고 무기징역…검찰, 사법공조 추진

[코리아포스트 양완선 기자] 18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의 범인이 스리랑카 법정에 서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다.

6일 대검찰청은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한 K(50)씨를 처벌하기 위해 그의 모국인 스리랑카 사법당국과 협의하도록 법무부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가 형사사법공조 제안을 수용하면 K씨는 스리랑카에서 강간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다.

검찰의 이런 노력은 국내에서 성폭행죄 공소시효가 이미 끝나 처벌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조처다.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도강간 처벌도 쉽지 않다. 범행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나라에서는 강간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아 처벌할 수 있다.

스리랑카는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K씨를 응징하려면 별도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야 한다.

1998년 발생한 이 사건은 한국 공소시효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교 1학년생인 정모 양(당시 18세)은 대구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의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 정황이 의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고 수사를 서둘러 종결했다.

사건 발생 13년만인 2011년 K씨가 강제추행 범인으로 붙잡혀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단죄에는 실패했다.

K씨의 유전자(DNA)가 정양이 숨질 때 입은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까지 나왔는데도 처벌하지 못했다. 강간혐의 공소시효가 2003년에 완성된 탓이다.

이후 K씨가 공범 2명과 정양을 성폭행했다는 증언을 확보해 특수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특수강간죄 역시 공소시효 10년을 지나 처벌이 불가능했다

검찰은 궁여지책으로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K씨를 기소했으나 무리수였다. 증거 부족으로 유죄를 인정받지 못했다.

강간 또는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고, 특수강도강간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K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이 사건 법리를 검토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K씨는 현재 강제추방명령을 받고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수용 중이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곧바로 스리랑카로 강제 송환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검찰은 우회로를 선택했다. 스리랑카 사법당국과 사법공조를 함으로써 처벌하는 묘안을 찾아낸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기소하면 특수강간 및 강간 혐의만으로 중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한다. 현지 강간죄 공소시효는 20년이다.

특히 법정형은 한국의 경우 일반 강간은 3년이상, 특수강간은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스리랑카는 이보다 훨씬 무거운 최고 무기징역이다. 수사가 부진한 틈을 타 이미 스리랑카로 귀국한 공범 2명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공소시효 뒤에 숨은 흉악범들을 처벌하는 마지막 방안이 성공할지는 스리랑카 사법당국의 손에 달린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스리랑카가 협조하면 국내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가할 수 있다. 국내 법원이 특수강도강간만 판단했으므로 스리랑카에서 강간죄로 기소해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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