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차질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하루 350만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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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공급차질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하루 350만배럴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5.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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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지정학적 요인 때문…공급정상화 놓고 시각 엇갈려

[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글로벌 석유 공급 차질분이 1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의 공급 차질분은 하루 350만 배럴에 해당한다. 클리어뷰 에너지는 이라크 전쟁이 터졌던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공급 차질은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의 생산시설 공격, 캐나다 원유생산지역의 산불, 쿠웨이트의 석유노동자 파업, 리비아의 정치불안 등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이를 메울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유휴 설비는 줄어들었고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를 포함한 비OPEC 산유국들의 과잉 공급도 저유가에 따른 감산 조치 때문에 축소된 상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공급 차질 물량의 증가가 시장에 우려 심리를 조성해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반등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우드 맥켄지의 앤 루이즈 히틀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의견으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연재해와 정치적 불안은 석유 생산의 중단, 수송 루트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어 이런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유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2010년 국제 유가 평균은 배럴당 80달러 선이었으나 2011년 아랍의 봄,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권좌에서 축출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배럴당 110달러 위로 올라갔다.

2014년 중반에는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일부 도시들을 장악한 것이 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선을 재차 돌파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후 벌어진 이란의 경제제재, 리비아의 원유 수출터미널 폐쇄 등은 대체로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은 오히려 늘어나는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공급량을 주시했다. 그 결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은 76%나 하락해 올해 2월에는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졌다.

원유 거래업자들은 예정에 없던 공급 중단이야말로 유가를 50달러 선까지 끌어올린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4월 쿠웨이트 석유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이 나라 석유 생산의 절반가량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이달에는 캐나다의 앨버타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현지의 생산시설 근무 인력에게 철수명령이 내려졌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반정부 무장세력이 석유 생산시설과 수출터미널을 공격했다. 그 영향으로 나이지리아의 생산량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생산 차질의 영향이 이미 퇴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생산시설 근무인력에 대한 철수명령은 해제된 상태고, 쿠웨이트의 생산량도 파업이 일단락되면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리비아의 생산량은 지난 수년간 계속 잠재 능력을 밑돌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천28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유에스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강세 정서의 일부는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심리가 작용한 유가 상승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급 차질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생산량이 OPEC 전체생산량의 25%를 차지한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은 모두 생산이 차질을 빚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라크는 여전히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만성적인 정전, 대금 결제를 둘러싼 외국 용역회사들과의 분규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나이지리아에서는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예전처럼 공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면 최근의 생산 차질은 유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미국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의 생산이 줄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1천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단스케 인베스트의 보 크리스텐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과잉 공급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 점이 바로 시장을 여러 가지 리스크에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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