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제재확대…'고립심화' 北 균열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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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제재확대…'고립심화' 北 균열공세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5.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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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스위스·EU, 우간다까지 속속 동참…이행보고서 주목
北으로 합법적 금융거래까지 기피조짐…"北 피로감 누적될 것"

▲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대북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만 석 달을 맞으면서 제재 전선의 폭이나 깊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제재 효과 측면에서 북한이 고통을 가늠할 수 있는 징후들이 보이지만, 북측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거듭 천명하며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북한의 한판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북한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다음달 2일 제재이행 보고서 제출 시한…北고립 더욱 심화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2일 채택됐다.

'역대 최강'이라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결의 채택 90일 이내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결의 채택 90일' 시한은 단순 날짜계산으로 이달 말이지만 우리 정부가 안보리 측에 파악한 결과, 안보리는 다음 달 2일을 시한으로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하루 이틀 내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회원국의 이행보고서 제출은 대북제재의 1차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얼마나 많은 회원국이 시한 내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북제재에서 핵심 열쇠를 쥔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인 이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만큼 중·러를 포함해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등 핵심 당사국들은 적극적인 실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전례에 비춰 주요국 가운데서도 이행보고서 지각 제출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보리 결의 채택 전후로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 EU 등이 결의 이행 차원은 물론 독자제재에 발 빠르게 착수한 가운데 중국은 지난달 5일 북한으로부터 수출입을 금지하는 25종의 품목을 발표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 흐름에서 주목되는 것은 스위스와 러시아의 동참이다.

스위스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시행령을 발표하고 강력한 금융제재를 포함한 대북제재에 착수했다.

북한이 스위스 내 은행 계좌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이나 각종 사업자금을 은닉 또는 거래 의혹을 받아왔다는 측면에서 스위스의 조치는 북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러시아 중앙은행 산하 은행과 금융기관들에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사실상 중단할 것을 지시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EU도 북한이 소유·운영하거나 북한 승무원이 탑승한 항공기·선박의 EU 영공통과, 기착, 기항을 금지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추가제재에 나섰고,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자 동아프리카 거점국가인 우간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북한과의 안보·군사협력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북한이 느끼는 압박과 고립감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특히 중국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발동이나 북한에 대한 돈세탁 우려국 지정,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제재 등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北선박 발 묶이고 외교관 추방…금융거래 기피 현상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이 점차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제재에 따른 직·간접적 여파나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 27척에 대해 중국, 러시아 등이 입항을 거부함에 따라 선박을 통한 화물운송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들 선박이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제3국적으로 등록한 북한 선박 40여척이 해당 국가들로부터 등록을 취소당하기도 했다. 제3국적으로 등록하는 '편의치적'은 북한의 제재회피 수단으로 지적돼왔다.

지난 4월 중국의 대북 수입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한 대목은 주목해볼 부분이다. 특히 북한의 대중 석탄수출액은 38.34%나 줄었고, 철광석도 16.22% 감소했다. 석탄은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대중 무역의 핵심 품목이다

북한 고려항공이 중국 선양-방콕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고, 쿠웨이트 노선을 중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도 제재 여파의 하나로 풀이된다.

시선을 끄는 것은 북한과의 금융거래 기피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제재대상에서 제외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북한내 국제기구와 외교공관의 활동을 위한 북한으로의 자금 송금과 관련, 심지어 러시아 금융기관에서조차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BDA(방코델타아시아) 효과'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2005년 9월 15일 애국법 311조에 따라 마카오 은행인 BDA를 '돈세탁 우선우려 대상'으로 지정, BDA에 예치된 북한 예금을 동결하고 관련국이 BDA와의 금융거래를 피하는 효과를 거뒀다.

제재대상에 오른 김석철 주미얀마 북한대사와 베트남에 주재하던 북한 단천상업은행 최성일 베트남 부대표 등 북측 인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추방도 잇따랐다.

지난달 7일 중국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국내로 집단 귀순하고, 최근 중국에 있는 또 다른 북한식당 종업원 2~3명이 집단 탈북해 모처에서 한국행을 위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대북제재 여파의 하나로 풀이된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 이후 대북제재 균열을 염두에 두고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하는 등 평화공세에 나서다 불과 한 달도 안돼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하고 무수단(사거리 3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재발사 움직임을 보여 다시 도발 모드로의 전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제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및 SLBM(잠수한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서해 NLL(북방한계선)이나 비무장지대 내에서의 도발 가능성도 열려있다.

평화공세든 추가도발이든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균열을 노린 북한의 판 흔들기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제 제재가 시작이고, 제재의 틀이 완성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스스로 '고난의 행군',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제재에 따른 부담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불법 금융거래에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라면서 "제재 효과를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금융거래나 해운 운송 등에서 여러 징후를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이 느끼는 피로감이 누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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