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혐의 KT&G 민영진 前사장 1심 무죄…검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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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수수 혐의 KT&G 민영진 前사장 1심 무죄…검찰 반발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6.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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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 민영진 전사장 1심 무죄·석방협력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23일 민 전사장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법원은 돈을 건넸다고 자백한 이들이 다른 수사 및 재판에서 검찰의 선처를 받으려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무죄가 선고되면 부정부패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즉시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23일 "민 전 사장에게 금품을 줬다고 한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측이 금품 액수나 전달 방법, 전달 동기 등에 대한 말을 바꾸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 전 사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스스로 말한 직원이 정작 법정에선 금품 액수나 금품 마련 방법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금품 공여자로서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KT&G 협력업체 지정에 대한 사례의미로 민 전 사장에게 딸 결혼식 축의금 3천만원을 줬다고 한 협력업체 대표 역시 금품을 실제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를 줬는지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미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민 전 사장과 관련해 검찰의 추가 수사를 받게 되자 궁박한 사정을 벗어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민 전 사장이 중동 담배유통상에게 '파텍필립', '롤렉스' 등 명품 시계를 받고 특혜성 계약을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특혜성 계약이 아니었으며, 민 전 사장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0년 청주 연초제초장 부지를 매각할 때 공무원에게 6억원대 뇌물을 주도록 지시한 혐의(뇌물공여)도 있다고 봤으나 법원은 민 전 사장 휘하 직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판단했다.

민 전 사장은 2009년∼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에게 인사 청탁, 거래 유지 등을 명목으로 현금, 명품시계 등 금품 1억7천9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 이후 검찰 관계자는 "금품을 줬다는 진술이 법정에서도 유지됐는데도 무죄 선고가 사실상 부정부패 수사가 불가능해진다"며 판결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법원이 사실상 '별건·압박 수사'를 통해 허위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뇌물로 전달했다는 자금원이 수사에서 확보돼 있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뇌물을 제공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여러 정황을 갖고 추궁한 결과 사실대로 진술을 받아낸 것"이라며 "그런데 다만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허위진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 수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서라도 즉시 항소를 해서 다퉈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 전 사장은 무죄 선고를 받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재판부에 머리를 숙였다. 수감 기간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석방 후 취재진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얘기는) 다음에 하자"며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