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前 FDIC의장 "금융사에 파산시 정리계획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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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前 FDIC의장 "금융사에 파산시 정리계획 요구해야"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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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방수' 가운데 한 명인 실라 베어 전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이 위기가 터졌을 때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금보험공사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하고자 방한한 베어 전 의장은 7일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위기의 원인을 설명할 때는 원초적으로 솔직해야 한다"며 "(경제가) 망가진 원인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지면 고치려는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2011년 FDIC를 이끈 베어 전 의장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부 장관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금융위기를 진화하는 주축이 된 인물이다. 지금은 미국 워싱턴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 실라 베어 전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미국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위기 발생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경고하기도 했다.

베어 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월가 금융회사들의 탐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월가에 금융위기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개혁을 추진해 '대마불사'를 종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초지일관 펼쳐왔다.

베어 전 의장은 "월가 금융기관들이 수천억달러 규모의 사기성 모기지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며 "대다수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규제 대상이 아닌 모기지 브로커들이 취급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고정금리 우량대출을 취급한 브로커들에겐 수수료를 2천달러 정도 주고, 고위험 차주에게 변동금리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을 해준 브로커에겐 1만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안전한 대출을 취급한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훨씬 적게 준 것이다.

베어 전 의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금리는 연 7~9%로 시작한 이후 추가로 3~5% 인상되는데, 투자자들은 이 매력적 금리를 사랑한 것"이라며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고서 엄청나게 돈을 벌어갔다"고 비판했다.

정부 기관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치료의 실패가 질병의 근본 원인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보의 역할에 대해 베어 의장은 "예보는 고위험 행동을 지적할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예보의 이해관계는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해야 하며, 반드시 적극적으로 강력한 자본 규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어 전 의장은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정리의향서(living will)'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의향서는 대형 은행이 최악의 사태를 맞아 파산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놓는 일종의 '사전 유언장'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비상시 계획 없이 파산하면서 사태가 급격히 악화된 점을 고려해 사전에 파산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대비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미국에 도입된 제도다.

한국 예보도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베어 전 의장은 "정리의향서를 통해 은행 구조를 더 잘 이해하고 핵심 영업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의향서가 도입되면 예보 등이 은행들의 비상계획을 살펴본 이후 충분하지 않다면 은행들의 사업에 제한을 가하거나 자본 확충을 요구할 수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마크 리퍼트 주미대사,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고승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윤창현 공적자금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