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달라질까…'일·가정 균형' 확산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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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달라질까…'일·가정 균형' 확산 기업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16.07.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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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광수 기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에서 인제야 새로운 캠페인이 시작됐다."

BBC가 최근 한국 정부가 일·가정 양립 캠페인에 나섰다는 캠페인을 보도하면서 한 말이다.

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1천770시간)보다 354시간 길다.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편이다.

▲ 야근하는 직장인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하겠다"며 휴가사유 없애기, 근무시간 외 전화·문자·카톡 등 연락 자제하기, 일·가정 양립 저해어와 권장어 선정, CEO 직접 참여 기업문화 개선 등 4가지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 출근하는 직장인들

 

◇ 고작 '눈치 보지 않는 휴가'가 목표인 현실…주 2.3일 야근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와 함께 내건 캠페인은 사실 우리 직장문화의 부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고작'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가고, 퇴근 이후에는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자제하는 등의 실천이 목표다.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와 매킨지가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 직장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문화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습관화된 야근 실태를 고발한다.

주5일 기준으로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 3일 이상 야근한다는 사람도 43.1%에 달했다.

물리적으로 퇴근한 후라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시간 외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일 하루 86.24분으로 조사됐다. 휴일에는 95.96분에 달했다. 일주일간 무려 11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일·가정 양립의 핵심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더욱 어렵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575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3%가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회사에서 눈치를 줘서'(57.1%),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42.1%), '대체 인력이 없어 업무 공백이 커서'(38.6%),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34.9%) 등을 주로 들었다.

▲ 워킹맘 육아휴직

◇ 조금씩 달라지는 기업들…"임직원이 행복한 직장이 꿈

취업준비생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좋은 기업'을 찾는 글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과 연봉이 높진 않지만 '워라밸'이 좋은 기업 중 어느 곳을 택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도 많다.

단순히 대기업이나 연봉을 잣대로 직장을 고르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 캠페인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 등 현장의 호응이 필수인데,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잇따라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하는 등 공고해 보였던 현실에 조금씩 균열 조짐을 보여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한 삼성전자[005930]는 매월 21일 급여 지급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회식 없이 임직원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임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팀장 없는 날, 회의 없는 날, 플렉서블 출퇴근제, 안식 휴가제 등을 도입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오후 10시 이후 업무와 관련한 카카오톡 보내기, 쉬는 날에 업무 지시하기 등을 '절대 하면 안 되는 일'로 지정, 이를 어기는 직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권영수 부회장은 "초등학생 때 소풍 가는 날 마음이 설레듯 아침에 일어나면 달려가고 싶은, 임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노션월드와이드는 최근 '좋은 회사 만들기' 캠페인의 하나로 '마요, 해요 10계명'을 선정, 실행하고 있다.

"'칼퇴'라고 하지 마요 '정시퇴근'이라고 해요", "휴가 쓸 때 눈치 주거나 강요하지 마요 계획해서 마음 편히 가도록 해요", "가정을 뒤로 미뤄두지 마요 내 가족을 소중히 해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직원 복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업무 효율을 높여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만족도를 높여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실제로 근로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92.8%는 유연근무제 시행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그 효과로 '생산성 향상'(92.0%), '이직률 감소'(92.0%), '인재 확보'(87.3%) 등을 지목했다.

문제는 일회성 시도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안착하느냐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변화가 급선무다. 대한상의는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2일 "좋은 제도가 현장에서 효과를 보려면 임원 등 고위층의 역할이 관건"이라며 "윗선에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효과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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