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안마의자 뜯어보니 필로폰 2만명분…밀수조직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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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안마의자 뜯어보니 필로폰 2만명분…밀수조직 적발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7.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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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마의자 안에 숨겨진 필로폰

[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멕시코산 필로폰을 해외에서 온 이삿짐인 것처럼 숨겨 국내로 밀반입하려던 마약 밀매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서울본부세관과 공조해 국내 밀수책 김모(41)씨와 미국 밀수책인 한국계 미국인 정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에 있는 공범 박모(40)씨는 지명수배 및 기소중지했다. 그는 자수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입국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필로폰이 숨겨진 안마의자

검찰은 미국에서 밀수를 도운 이란계 미국인 R씨와 멕시코인 F씨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미국 마약단속국에 보내 검거되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멕시코 갱단에서 산 필로폰 668.6g을 이사화물로 위장해 미국에서 국내로 들여오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1회 투약분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밀수 시도된 필로폰은 약 2만2천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소매가격은 약 22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코카인, 필로폰 등 마약 밀수를 계획했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직접 필로폰 약 3㎏을 들여오려고 했으나 수사기관 적발을 우려해 다른 사람의 이삿짐 속에 끼워넣어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해외 이삿짐은 부피가 커 정밀검사가 어렵고, 중고물품은 면세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을 피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구매한 필로폰을 세 덩어리로 나눠 안마의자 내부에 넣어 스티로폼, 나무판자 등으로 꽁꽁 틀어 막았다. 세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안마의자의 받는 사람과 주소, 연락처를 각기 다른 타인의 것으로 적었다.

일당 가운데 김씨는 올해 4월 필로폰을 발송한 뒤 국내로 들어와 판매망 확보를 위해 국내 조직폭력배와 여러 번 접촉해 가격을 의논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로폰 밀수 첩보를 입수한 검찰과 세관의 공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밀수책들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이사화물 업체와 해운회사 화물선 운송 과정을 추적한 끝에 지난달 14일 통관 과정에서 안마의자에 숨겨진 필로폰을 발견해 압수했다. 약 열흘 뒤엔 김씨와 정씨를 모두 체포했다.

이들은 총 9㎏의 필로폰 밀수입을 계획하고 통관 절차를 시험하는 차원에서 적은 양의 필로폰을 먼저 들여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잡히면서 나머지 8.3㎏의 유통이 사전 차단되는 효과가 있었다.

검찰은 이들이 비교적 저렴한 멕시코산 마약을 국내에 들여와 높은 이득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을 경유한 멕시코산 마약 밀수 노선을 재확인하고, 해외 이사화물을 이용한 밀수 기법을 최초로 적발했다"며 "신종 밀수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관, 미국 마약단속국 등 국내·외 유관기관과 공조해 지능화되는 국제 마약 밀수범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 X-Ray 검색에서 발견된 필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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