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어 떠도는 돈'…단기 부동자금 950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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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 떠도는 돈'…단기 부동자금 950조 돌파
  • 김수아 기자
  • 승인 2016.07.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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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수아 기자] 저금리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만 몰려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5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며 자금을 공급하지만 실물부문으로 투자되지 않고 단기 대기성 자금만 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958조9천93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1천398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이 9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년 전인 작년 5월 866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93조원이나 증가했다.

단기 부동자금을 구성하는 항목을 보면 현금이 80조1천294억원으로 80조원 선을 넘었고 요구불예금은 188조5천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454조3천345억원, 머니마켓펀드(MMF) 69조9천98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0조1천996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4조3천67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10조2천284억원 등이다.

MMF 등의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빼고 집계한 것이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5월 말 잔액 69조6천950억원과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21조4천718억원을 합쳐 단기 부동자금 규모를 산출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 말 539조3천억원에서 이듬해 646조9천억원으로 급증했고 2013년 말 712조9천억원, 2014년 말 794조8천억원 등으로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작년엔 1년 새 137조원이나 급증했고 증가율이 17.2%에 달하는 등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단기 부동자금은 만기가 짧거나 인출이 가능해 언제라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런 단기 부동자금의 급증세는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확대 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 가기보다 대기성 자금으로 정체돼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중 현금통화는 1년 전보다 10조원 넘게 늘면서 80조원 선을 넘어섰고 통화지표 중 하나인 M2(광의통화)는 5월 2천312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통화 승수는 5월 17.0배로 작년 5월 18.5배보다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기업의 생산,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단기 고수익만 추구하면 위험성이 큰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장기 투자가 필요한 주식·채권시장과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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