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 폭염탈출 백태…'은둔형' 부터 `이열치열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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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폭염탈출 백태…'은둔형' 부터 `이열치열형'까지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7.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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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55)씨는 무더위 때문에 반찬을 사 먹는 일이 늘었다. 집에서 해먹으면 땀 나고 덥기 때문이다.

집 근처 마트에서 깜짝 세일하는 반찬이나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곰국, 순두부찌개 등을 사다 놓는다. 저녁 시간이 되면 힘들일 것 없이 '뚝딱' 상을 차려 내놓는다.

이씨는 "너무 더워서 요리를 하려고 하면 먹기도 전에 지쳐버린다"고 말했다.

27일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도시인들은 에어컨 없이는 잠 못 이룰 정도로 심한 열대야와도 맞서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고 했던가. 가장 많은 시민이 선택하는 '폭염 탈출' 방법은 이씨처럼 최대한 덜 움직이는 것이다.

자취하는 대학원생 정모(26)씨는 아예 집 밖으로 안 나간다. 학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최근 집 밖으로 나간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밥은 무조건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요즘은 대형 마트 등에서 배달 서비스도 하기 때문에 빵, 간식, 우유, 생수 등도 사다가 냉장고에 채워놓는다.

미혼 회사원 안모(37)씨 역시 정씨처럼 '은둔형 피서'를 선택했지만, 장소는 집이 아니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그는 열대야에 밤새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전기료가 많이 나올까 봐 걱정하더니 결국 광화문 사무실을 선택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상에 두 발 올려놓고 책을 읽거나 TV 드라마를 보다가 간이침대를 펴고 잠을 잔다. 이렇게 1주일에 2∼3박은 사무실에서 한다.

회사에서 잘 것을 대비해 매주 월요일에는 여분의 정장과 양말 등을 사무실에 갖다놓는다.

여행은 더위를 피하는 가장 즐겁게 피하는 길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에게 여름 휴가를 떠날 기회는 한 차례 정도만 주어진다.

그래서 틈틈이 주말을 활용해 도심 호텔로 피서를 가는 시민이 늘고 있다.

회사원 이모(33·여)씨는 지난 주말 네살배기 딸과 함께 광진구 W 호텔을 찾아 시원한 주말을 보냈다.

 

호텔 정보는 '지역 맘 카페(인터넷의 지역 엄마들 모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호텔이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지 세세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호텔이 비싸다면 찜질방이 대안이다. 어디에나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알뜰파' 시민에게 인기가 높다.

일하는 틈틈이 도심 속 숨은 피서지를 찾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삼각지 고가차도 아래는 요즘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명당'으로 통한다. 그늘진 데다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납금 채우느라 30분 쉬는 것도 아까운 택시기사들이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운전만 할 수 없다. 에어컨 바람도 계속 쐬면 머리가 아파 쉬어 줘야 한다.

택시기사 박모(63)씨는 그래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2∼4시에 삼각지 고가차도를 찾는다.

박씨는 "어차피 이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더위도 피하고 연료도 아끼고 일석이조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열기를 열기로 맞서는 '이열치열형' 피서법도 있다. 어차피 더워서 잠 못 이룰 이 밤을 운동으로 이겨내겠다는 것이다.

회사원 박모(33)씨 자취방에는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로 더위를 해결해야 하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효과가 없다.

그래서 박씨는 퇴근하고서 매일 밤 자전거를 타고 후텁지근한 밤공기를 가른다.

박씨는 "한강공원에 나가 15∼20㎞ 정도를 달리고서 집에 돌아와 냉수를 마시고 샤워를 하면 선풍기만 틀어도 잠이 잘 오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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